[CEO인사이트] 마이크로바이옴과 건강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류태웅 기자
입력 2017-11-12 14:0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황승용 바이오코아 대표 겸 한양대학교 분자생명과학과 교수


2003년에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된 이후, 우리가 가진 유전정보를 이용해 질병을 예방하고 개인맞춤치료를 받게 되는 정밀의료 시대로 급속하게 진입하고 있다.

수년 안에 수백만명의 인류 유전체 정보가 확보될 예정이고, 다양한 의료와 환경정보를 종합해 인류는 역사상 가장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될 것이다.

최근에는 인류의 수명을 150살까지 보는 학자들도 생겨날 정도다. 어느 때보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대부분의 국민들은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혈액과 요 검사 그리고 다양한 영상검사를 통해 자신의 건강 정보를 얻게 된다. 그리고 최근에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환감수성을 알고 싶어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유전자 검사 중에 조금 생소한 검사가 요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바로 대변을 이용한 검사다. 일반적인 대변검사가 기생충 감염을 확인하는 것이었다면, 최근의 검사는 대변 안의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검사하는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의 몸속에 서식하며 공생하는 미생물들과 그 유전정보 전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인간 체세포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미생물은 약 2㎏이고, 몸의 여러 곳에 분포되어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장내(腸內)에 존재한다. 미생물의 종류로 보면 소화기관에 4000여종이 존재하고, 입 안에도 1300여종이 존재한다.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처음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06년에 미국의 제프리 고든 박사가 체내에 미생물이 없는 무균쥐에게 비만 쥐와 마른 쥐의 대변을 각각 주입해 관찰한 결과, 똑같은 양의 먹이를 먹었음에도 비만 쥐의 대변을 이식받은 쥐가 체중이 2배나 더 늘어난 것을 발견한 이후부터다. 장내 미생물들이 소화에 도움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들 미생물이 비만과 같은 대사성 질환이나 아토피 같은 면역계 질환 그리고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의 마이크로바이옴과 건강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 계속 밝혀지면서, 과학자들은 장내 미생물을 '두 번째 게놈(Second Genome)'이나 '잊혀졌던 장기(Forgotten Organ)'로 부르기 시작했다. 장내 미생물군의 종류에 따라 몸의 성질을 3종류로 나누어 분류하고 있는데, 지방 섭취를 선호하는 군과 채식 위주로 식사하는 군, 식유섬유의 섭취 없이 대부분 고지방 음식만을 섭취하는 군으로 나누어진다.

특히 대부분 고지방만을 섭취하는 군은 당분을 더 잘 흡수하게 되는 장내 미생물군이 자리를 잡아 같은 양을 먹어도 비만에 더 쉽게 노출된다. 흥미롭게도 인종이나 국가에 따라 다른 마이크로바이옴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식생활 습관에 따라 차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건강한 식생활 습관이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를 일으켜 우리 몸을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데, 특히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게 우리 몸에 좋은 유익균을 늘리는 방법이다. 우리 조상들이 임금님의 대변을 매화라 부르고, 매일 어의들이 임금님의 대변검사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건강검진 중의 하나였다니, 다시 한번 조상들의 지혜에 놀라게 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