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하자면 환경적 변화를 만들거나 그저 기다리면 된다는 의미이다.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거나 전술핵 재배치 등의 강경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환경 변화를 이끄는 가장 유연한 사례가 된 셈으로 주목된다.
◇ 2016 한·미 사드배치 발표 vs 2017 한·중 사드 협의문 발표
지난해 7월 8일 한·미 양국은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어떠한 제3국도 지향하지 않고, 오직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항하는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며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미 동맹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라는 한·미의 입장과 이를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중국의 반대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중국은 교묘한 사드 보복과 언론전에 나섰고 결국 양국은 수교 25년 기념식조차 따로 거행했다.
한·미의 사드배치 발표로부터 481일이나 지난 10월 31일, 한·중 양국 외교부는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라는 제목으로 사드 협의문을 발표했다. 일단 사드 갈등은 봉합된 셈이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사드 출구' 합의, 한·중 관계의 세 가지 기본 원칙 회복
이번 사드 출구 합의는 한·중 관계에 존재했던 세 가지 기본 원칙의 회복을 의미한다. 첫째, ‘구동존이(求同存異)’ 원칙의 회복이다. 서로 다른 상대의 ‘입장’과 ‘이해’를 인정했고, 25년 전 한·중 수교의 기본 정신을 회복했다.
둘째, ‘정경분리(政經分離)’ 원칙의 회복이다. 서로 다른 체제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한·중 양국이 수교를 통해 사드 갈등 이전까지 이룩한 성공은 ‘정경분리’ 원칙으로 가능했고, 이는 세계 외교사의 모범 사례로 인정된다. 이 정신은 소중하게 지켜가야 한다.
셋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회복이다. 합의문의 "양국은 한·중 관계를 매우 중시하며 양국 간 공동문서들의 정신에 따라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라는 표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한·중 사드 화해, ‘전략적 국가 협력 시대’로 발전해야
문재인 정부와 시진핑(習近平) 2기 시대의 개막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기회다. 한·중 양국은 전략적 국가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는 네 가지 측면에서 양국에 진정한 의미의 ‘전략적 관계’로 발전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첫째, 전략적 정치 협력의 기회이다. 한·중은 지난 사드 딜레마를 통해 양국 관계의 위상과 중요성이 상호간에 어느 정도의 의미였는지를 몸소 체험했다. 필자가 작년부터 반복해서 강조해온 것처럼 사드와 북핵문제는 한·중 관계의 내부적 요소가 아니다.
둘째, 전략적 안보협력의 기회이다. 필자는 2015년부터 ‘한·중 비공개 안보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드는 안보 분야에서 처음으로 양국이 격렬하게 부딪친 사례가 됐다. 하지만 외부적 요소로 인해 양국간 갈등이 오랫동안 지속될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는 회피했던 ‘전략적 안보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셋째, 전략적 경제 협력의 기회이다. 한국의 ‘신(新)북방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실크로드)’의 한·중 국가전략 협력은 경제 뿐 아니라, 정치·외교와 특히 안보면에서 양국이 취할 수 있는 충분한 공동이익이 존재한다.
넷째, 전략적 문화 협력의 기회이다. 시진핑 2기는 민생과 사회발전에 관심이 있고 특히 ‘문화강국’을 꿈꾼다. 한국의 한류 컨텐츠 발전 경험과 중국의 자본·시장이 융합하면 서로가 원하는 것에 도전할 수 있다.
한·중 양국은 화해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서로 다른 입장과 이로 인한 이해의 차이는 ‘소통’을 통해 서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한·중 양국은 지난 경험을 살려 과감하게 안보 영역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필자: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장, 중국 차하얼학회(察哈尔学会) 연구위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