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성폭행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한샘 사건을 계기로 직장 내에서 성폭행, 성추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내부자들의 고백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직장 내 성범죄를 남녀 사이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애정 문제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2차 피해를 키운다고 지적한다. 성범죄에 관해선 회사 측의 ‘무관용 원칙’과 정부의 실효성 있는 성희롱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직장 내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은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직장 내 성희롱은 2012년 249건, 2013년 364건, 2014년 514건, 2015년 507건, 2016년 552건으로 집계됐다. 5년 사이에 117.67 %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실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처벌률은 매우 낮았다. 지난해 노동부에 접수된 성희롱 진정 건수 552건 중 실제 기소된 건수는 1건에 불과했다. 불기소처분이 26건, 과태료 처분 66건, 행정종결이 453건이었다.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사내 성범죄 고발은 이 같은 현실에 대한 반발심리가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직장내 성범죄는 보통 지위의 높낮이에 따른 힘의 우열에서 발생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친밀한 경우가 많아 2차 피해 발생 우려가 크다”며 “피해자가 사내에서 적절하게 보상받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에 외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샘 사건 이후 사내에서 성폭행 및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현대카드 신입 계약직원 A씨는 회식자리 후 팀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했다. A씨는 사고 직후 회사 센터장에게 보직이동 등을 신청했지만 이행되지 않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디자인소호 직원 B씨는 술자리에서 일어난 동료 직원의 성추행 사실을 고발했다가 회사에 분란만 일으킨다며 해고됐다. 이후 B씨가 인터넷에 해당 글을 올리자 회사는 B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한 임원이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했다가 퇴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직장 내 성범죄는 2차 피해로 연결될 개연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회사와 경찰 등 수사기관의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성폭력 상담소 관계자는 "직장 내에서 성폭행이 벌어지면 '일하다 정든다'는 식의 애정문제로 치부하거나, ‘여성이 먼저 유혹한거 아니냐’는 주변의 분위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공론화하기 두려워 한다"며 ”회사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한 피해자가 사건을 외부에 알리면 도리어 회사 명예를 실추시킨 ‘공공의 적’이라는 낙인을 찍기 때문에 제대로 처리해야 할 시점을 놓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기업의 경우 직장내 성범죄에 대해 철저하게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성폭행·성희롱·언어폭력 등이 보고되면 회사 차원에서 피해자 보호조치가 즉각 시작된다. 가해자는 상벌위원회 징계에 따라 대부분 퇴사 등의 조치를 받는다. 현대차, LG그룹, SK 등도 성범죄가 접수되면 직급, 직책에 상관 없이 퇴사 등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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