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범죄도시' 김성규, 이토록 강렬한 첫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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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7-11-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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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에서 양태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성규[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이토록 강렬한 첫 등장이라니.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 속 장첸(윤계상 분)과 그 일당은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었다. 강력한 악인 장첸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단연 위성락(진선규 분)과 양태(김성규 분). 영화는 두 사람으로 하여금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낯선 배우들이지만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그에 대한 궁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너무도 갑작스럽고 강렬한 배우의 등장. 배우 김성규(31)를 모를 순 있어도 잊을 수는 없는 이유다.

영화 ‘범죄도시’는 2004년 하얼빈에서 넘어와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신흥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한 강력반 괴물 형사들의 ‘조직폭력배소탕 작전’을 영화화한 작품. 지난달 3일 개봉해 현재까지 꾸준히 관객들의 사랑을 얻으며 누적관객수(7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644만 3002명을 돌파했다.

BEP(손익분기점) 200만을 훌쩍 넘긴 영화 ‘범죄도시’의 흥행을 기념하기 위해 아주경제는 배우 김성규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극 중 장첸의 오른팔 양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김성규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양태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성규[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디어 600만을 돌파했다. 기분이 어떤가?
- 좋은 걸 넘어서 이렇게까지 (흥행이 됐다는 것이) 놀랍다. 영화를 보기 전엔 걱정이 많았다.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양태 캐릭터가 너무 비호감 아닐까?’ 하고.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너무 재밌는 거다. 작품에 대한 걱정은 안 했다. 그냥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 그러다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300만을 넘어 400만, 500만, 600만까지 넘었다. 정말 신기하고 놀랍다. 내내 정신없었던 것 같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나보다
- 그렇다.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도 많이 나오고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고 상영관도 적지 않았나. 그래서 이 정도까지 흥행하게 될 줄 몰랐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신 분들이 애정 어린 마음으로 홍보를 해주시고 N차 관람 열풍이 불면서 이런 결과를 만든 것 같다.

관객들의 칭찬이 자자하던데. 기억에 남는 칭찬이 있다면?
- 잘한다는 말은 오히려 부담이다. 가장 기분이 좋았던 건 ‘귀엽다’는 말? 하하하. 양태 역에 측은지심을 가지시는 게 좋았다. 나름대로 아이 같은 순수함을 보여드리려고 했고 전사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의도한 부분을 정확히 캐치해주신 거다. 양태를 이해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했다.

영화 '범죄도시' 속, 위성락과 양태, 장첸[사진=영화 '범죄도시' 스틸컷]


양태의 디테일들이 눈에 띄더라. 위성락의 난폭한 행동을 보며 즐거워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자주 웃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정의했나?
- 의외로 (진)선규 형과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않았다. 그냥 따라다녔지. 하하하. 형들과 연습도 많이 하고 어울렸던 게 영화 속에 녹아난 것 같다. 익숙하고 신뢰하는 모습들이 드러났다고 해야 할까? 관계성이 묘하게 묻어나는 것 같다. 위성락을 보면서 웃고 있었던 건 실제로도 선규 형이 신기해서 그랬던 것 같다. 위성락이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

장첸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석했나?
- 양태라는 인물 자체가 워낙 비어있었다. 제가 생각한 것은 어린 시절 버려진 친구였을 것 같다. 교육을 받지 못하고 길가에 버려진 들개 같은 아이인데 장첸이라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리에 함께하게 된 것 같다. 그가 그 무리에 있을 수 있는 건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장첸은 무서운 사람이기 때문에 쓸모없어지면 얼마든 버릴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또 생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인 거다. 아주 본능적으로 해석했다. 장첸을 따라다녀야 먹을 수 있다. 단순한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친구다.

이런 모습이 잘 녹아있는 신이 있었다. 위성락이 잡혀가고 장첸이 양태에게 ‘수금은 다 했느냐’고 묻는다. ‘수금을 다 했다’고 하자, 장첸이 양태에게 ‘맛있는 거 사 먹으라’며 돈을 주는데 그런 식의 관계성을 조금씩 생략했다. 장첸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양태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성규[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들의 관계가 편집된 것들이 몇 있나 보다
- 그렇다. 위성락이 풀려나 다시금 장첸을 찾아왔을 때도 양태는 도끼를 숨긴 채 그를 경계하고 장첸 역시 양태에게 ‘마약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그런데 그런 모습들이 장첸과 양태 같지 않더라. 이야기를 걷어내면서 양태를 장첸의 신체 일부처럼 보이도록 했다. 장첸이 키우는 개처럼 만드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었다.

양태라는 캐릭터를 구축할 때 가장 핵심이었던 건 무엇이었나?
-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는 느낌! 원래는 양태가 먹을 것에 집착하는 설정도 없었는데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잔혹하고 무자비하지만, 그 안에 있는 순수함이나 어떤 무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저 친구가 왜 이렇게 됐을까?’ 궁금증을 유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저는 늑대, 위성락은 뱀으로 비유하곤 했다. 동물적이면 좋겠다고 하셨고 저 역시도 감각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기에 있어서도 계산보다는 본능을 따라야 했겠다
- 많은 걸 열어두고자 했다. 워낙 대사가 없어서 눈빛이나 제스처, 행동 하나하나가 중요했다. 안정적인 것보다는 건들건들하고 구부정하고 외형적인 것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 어릴 땐 꿈이 없었다. 뭘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서 군대에 가려고 했었다. 그러다 뒤늦게 지인의 공연을 보고 뮤지컬에 관해 관심을 가졌다.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연극에서 영화까지 영역을 확장한 이유는 무엇인가?
- 계기가 있던 건 아니었다. 공연하면서 그 사이사이에 (영화 제작사에) 프로필을 넣었다.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작년에 연극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어머니께서 ‘취업하라’며 걱정하시기도 했다. 때마다 어머니께는 ‘딱 1년만 해보겠다’고 했지. 그런 시점에서 ‘범죄도시’에 출연하게 됐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 전에도 워낙 대중적이지 않은 작품을 해서 이런 반응에 놀랍기도 하고.

영화 '범죄도시'에서 양태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성규[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차기작은 김은희 작가의 드라마 ‘킹덤’이다
- 전혀 생각지 못한 행보가 돼 놀랍다. 주변 사람들도 그렇다. ‘범죄도시’ 합류하고, 사람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고, 영화 흥행에 ‘킹덤’까지. 진짜 예측하지 못했다.

부모님의 걱정은 조금 줄 것 같다. 드라마는 더 대중적이니
- 어머니가 정말 좋아하신다. 그만큼 걱정도 하시고. 아무래도 어머니는 저를 잘 아시니까. 급작스럽게 변하는 것에 잘 적응을 못 해서 그런 것 같다. 아버지는 요즘 기사 댓글을 엄청 찾아보신다! 직캠 같은 것도 보시면서 모니터링도 해주신다. ‘손을 많이 쓰지 마라. 시선 처리 좀 확실히 해라’ 코멘트도 주시고. 하하하.

다음에 또 인터뷰로 만나게 될 텐데. 그때까지 이룰 만한 ‘약속’ 한 가지를 한다면?
- ‘킹덤’을 잘 끝내고 싶다. 많은 분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다. 워낙 칭찬을 많이 받아서 배우로서 좋으면서도 걱정이 크다. ‘킹덤’을 무사히, 잘 끝내고 나면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다. 드라마도, 여행도 잘 끝마치고 다시 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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