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탄급’ 여권발(發) 부동산 입법 전쟁이 딜레마에 빠졌다. 핵심은 보유세 인상 등 ‘부동산 증세’와 추가적인 ‘초강력 규제’, 문재인표 도시재생 뉴딜 정책의 양 날개인 ‘스마트시티’다. 정부·여당은 문재인 정부 성과의 1차 변곡점인 올해 연말까지 입법 전쟁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입법 전쟁의 최전선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다. 9일 당에 따르면 추 대표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대개혁 토론회를 연다. 정부 출범 직후 부자증세에 총대를 메고 정부가 뒤따르던 모양새와 판박이다.
하지만 당 내부의 엇박자 모습도 엿보인다. 암초도 많아 산 넘어 산이다. 여소야대(與小野大)인 국면에서 보수 재편의 빗장이 풀리면서 보수진영은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참여정부 선거 참패론의 단초로 작용했던 ‘국민적 조세저항’도 넘어야 한다. 정부·여당 내부의 견해차도 극복 과제다. 1980∼1990년대 ‘강남 공화국’으로 일컬어지던 부동산 계급 사회론은 정부·여당에도 딜레마인 셈이다.
◆秋대표 보유세 군불 때기···증세 모르핀 역습
가장 뜨거운 감자는 보유세 인상 카드다. 보유세란 주택이나 토지 보유자가 내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를 총칭하는 말이다. 금리 인상과 더불어 정부가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초강력 규제안이다.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총 네 번(가계부채종합대책 포함)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당 안팎에선 보유세 인상 카드 군불 때기에 나섰다. 추 대표가 헨리조지포럼과 공동 개최하는 ‘헨리조지와 지대개혁’ 토론회의 핵심은 ‘보유세 공론화’다. 조지 헨리는 지대추구, 즉 토지불로소득 등을 구조적인 빈곤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추 대표는 “지대개혁 없이는 청년의 미래도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실성이다. 애초 보유세에 선을 그었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유세를 포함해 모든 세목 시나리오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세 논의의 장인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기획재정부 대신 청와대 산하에 만들기로 했다. 국회는 이와는 별도로 조세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시작부터 투 트랙 논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당 내부의 반응도 엇갈린다. ‘보유세 찬성론자’도 ‘증세 저항’을 우려, 초(超)과다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핀셋 증세’에 방점을 찍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증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세금 폭탄론’ 덫에 빠졌던 참여정부 학습효과다. 당 정책위에서는 양도세 중과(2018년 4월1일)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내년 상반기까지 속도 조절을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세 군불 때다 끝나나···“부동산 규제, 서민만 잡아”
전문가들은 ‘핀셋 증세’에 대한 효과에 의구심을 드러낸다. 소수인 초과다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증세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박인호 숭실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지가 과세표준(과표)을 현실화하면, 보유세 인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시지가는 표준지의 단위면적(m²)당 가격이다.
일종의 ‘우회로 증세’인 공시지가 과표는 현재 실거래가 대비 60% 수준이다. 현행법상 종부세는 공시지가 대비 80% 수준, 재산세는 공시지가 대비 60%인 공정가액비율을 적용한다. 정부의 불합리한 공시지가 체계로 ‘합법적인 탈세’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내년 초 부활을 앞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난제다. 이는 재건축 발생 이익이 1인당 3000만원을 상회할 때 초과금액의 최대 50%를 내는 제도다. 이는 평생 한집에서 산 ‘장기 실거주자’와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의 구분 없이 일단 ‘잡고 보자’는 식의 정책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이에 박성중(2020년까지 유예)·신상진(2022년까지 유예)·이은재(20년 이상 장기보유자 면제) 한국당 의원은 각각 완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또한 양도소득 과세의 세부 세율을 비롯해 △주택법 개정안(후분양제 및 원가공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재개발 조합원 분양권 전매 제한) △건축법 개정안(오피스텔 분양권 전매 입주 시까지 제한 투기조정대상지역까지 확대) 등도 화약고다.
스마트 시티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청와대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별도 스마트 시티 특위를 구성, 올해 말 안건을 상정키로 했다. 이는 기존의 유비쿼터스 도시(U-City)에 사물 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을 결합한 형태다. 이에 박 교수는 “기존 도시에 스마트 시티를 조성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가 도시 개념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한 정책 나열이 아닌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이 돼야 한다. 지금은 서민의 내집 마련 기회를 죽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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