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수수료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탁 취급량이 늘어나며 수수료 이익이 함께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의 비이자이익 증가분 대부분이 신탁 수수료다. 신탁은 고객이 은행에 돈을 맡기면 금융기관이 이를 운용해 수익을 내주는 상품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은행 등 주요 금융사의 3분기 누적 신탁 수수료는 75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예·적금 상품의 금리가 낮고, 직접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들이 지수연계신탁(ETL) 등 신탁상품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성장·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자산관리 수요가 늘어나 신탁시장이 확대됐고 펫신탁, 유언대용, 나눔신탁 등 다양한 상품이 등장한 것도 주요인이다.
신탁 수수료 수입은 KB금융지주가 가장 많았다. KB금융의 신탁 수수료 이익은 올 3분기 누적 35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7% 급증했다. 이는 국민은행의 금전신탁 수탁액이 다른 은행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수탁액은 금전신탁에서 수수료가 발생하는 원천이 된다.
신한금융의 신탁 수수료 이익은 같은 기간 795억원에서 1338억원으로 68.2% 증가했다. 신용카드 수수료 수익이 10%가량 감소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하나금융의 신탁 보수도 1685억원으로 지난해(1147억원)보다 46.9% 증가했다. 자산관리 관련 수수료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신탁보수 관련 수수료가 가장 크게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3분기 누적 540억원에서 올해는 1030억원으로 90.7% 늘었다. 이는 2배 가까운 성장세일 뿐 아니라 신용카드(30.3%), 수익증권(11.3%) 등 다른 수수료이익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수익률에 성과보수를 연동하는 투자상품을 속속 선보이면서 신탁 취급이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며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수수료 비중을 키우는 만큼 신탁 수수료가 한동안 중요한 비이자 수익 모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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