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근원으로 내려가보자. 모든 삶의 모습은 크게 안전과 먹고 사는 문제로 압축된다. 인간 본능에 근접한 욕구이다.
이 가운데 먹고 사는 문제는 현대에 들어 일자리로 귀결된다. 우선순위는 취업이다. 정부도 취업률을 높이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률을 높이려면 기업이 많아야 한다.
이렇다 보니 창업이라는 키워드는 기업을 늘리고 일자리를 확대해 국가의 부를 창출해줄 수 있는 키(Key)라는 데 경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30년간 세일즈맨와 창업맨을 넘나든 김대진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54)이 바라보는 창업 생태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글로벌로 향하는 청년의 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사맨에서 출발한 ‘상처투성이’ 창업가
흔히, 실리콘밸리에서 우대하는 사람은 ‘상처투성이 창업가’라는 말이 있다. 김대진 이사장의 삶 역시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다만, 축적된 경험을 청년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싶다는 게 김 이사장의 진심이다.
김대진 이사장은 “1987년 (주)대우 종합상사에 입사했는데, 소위 상사맨으로 시작해 26년간 마케팅과 인터내셔널 세일즈를 전문적으로 했다”며 “그 기간 중 흔치 않게 5번의 직장인과 5번의 창업가의 직업을 가졌고, 그것도 한국에서 11년, 미국에서 15년 비즈니스를 했으며, 미국에서는 법인장 7년, 상장미국벤처 임원 2년, 창업가 5년, 부동산회사 임원 1년을 하고 2013년 귀국했다”고 소개했다.
그 역시 청년 창업가로 31세에 창업해서 34세에 실패해 본 경험도 있다. 당시 강남 아파트 세 채 정도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하기까지 했다는 것. 그의 삶 속에는 5번의 창업과 3번의 실패라는 흉터가 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창업이 붐을 이루고 있지만 글로벌 창업이 취약하다는 점을 포착했다.
그는 “미국 투자사들이나 창업가들과 연락한 결과, 한국이 기술적으로는 좋은 스타트업이 있으나 커뮤니케이션과 글로벌 확장력이 취약하고 무엇보다 창업생태계(ecosystem)가 글로벌화돼 있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래서 부족하지만 글로벌 창업 육성에 작은 역할이라도 하자고 계획하던 시점에서 청년창업가인 함성룡 대표와 의기투합해 재단을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창업 코칭 전문의 민간 비영리재단법인,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중소기업벤처부 최초의 비영리법인 액셀러레이터로 지난 3월 등록된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은 이름 그대로 청년들 창업을 코칭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으로 연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김대진 이사장은 “국내에서는 VC(벤처캐피털), 엔젤투자자, 액셀러레이터는 물론 창업보육센터, TIPS(정부-민간 공동투자 인큐베이팅), 대학, 국책연구원들과 협업하고 있지만 저희의 특징은 글로벌 네트워크에 있다”며 “재단 구성원들이 외국 경력을 다양하게 보유해 미국 실리콘밸리는 물론 뉴욕, 보스턴, LA 등지에 협력하는 VC들 및 액셀러레이터들과 연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은 유럽을 비롯해 중국, 베트남, 대만, 호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인도, 쿠웨이트, 이스라엘 국가의 기관들과 협력하고 있다.
그는 “대표적인 기관으로는 구글 파트너인 Blackbox, 뉴욕의 최대 액셀러레이터인 ERA, 실리콘밸리의 가장 오랜 기관인 Silicon Valley Forum(이상 미국), HAX/MOX로 많이 알려진 SOSV, 상사이의 공동창업공간사인 Innoboth(이상 중국), 세계적인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Startupbootcamp Energy(호주) 등이 있다”며 광범위한 글로벌 협력자들을 소개했다.
◆“창업생태계 구축하려면 공무원생태계 탈피해야”
‘창업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얘기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이론과 현실이 천양지차라는 게 김대진 이사장의 얘기다.
김대진 이사장은 “정부가 혁신성장을 촉진하면서 창업국가를 만들어 나간다지만 그렇게 매력적이라면 공무원들이 직을 던지고 창업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을 본 게 생각난다”며 “창업생태계보다는 공무원생태계가 훨씬 안전하고 살기 좋기 때문에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국가에서 돈을 지원하고 창업하라고 한들 창업국가는 요원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제도에 대한 보완책도 제안했다.
김 이사장은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선구매하는 방법이 중요하지만 실제로는 말로만 됐지 이뤄진 부분이 많지 않다”며 “또 연대보증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무한한 신용보증 책임이 존재하고 있는 만큼 실패 경험을 중요경력으로 인정해주는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창업가의 기술보호에 대한 보험을 공공에서 도입하거나 중소기업의 기술이나 상표를 대기업이 탈취할 경우, 탈취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입증토록 하고 이를 못하면 10배에 가까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만드는 제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관심을 갖는 여성창업에 대해서도 그는 “여성 창업가들의 경우, 최대의 불안 요소가 결혼, 임신, 육아인데 여성 창업가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효성 따지는 스웨덴의 창업생태계 본받아야"
해외 창업 시장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김대진 이사장은 창업생태계 구축을 위해 스웨덴의 창업생태계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김 이사장은 "성공적인 스타트업들이 나오려면 단순히 스타트업들만 잘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가 시장중심(한국은 아직도 공급자 중심)이어야 하고 창업시장이 성숙해져야 한다"며 "그래서 시장 진출 목적을 궁극적으로 미국에 두더라도 생태계와 스타트업 육성은 유럽, 특히 스웨덴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사실 대부분의 한국 창업지원 모델은 스웨덴에서 10여년 이전에 적용한 것들이 많고 그 중에 실패한 것들도 있고 성공한 것도 있다"며 "지난해 스웨덴 코치와 액셀러레이팅 툴을 공동 연구하며 한국의 창업지원정책을 비교한 결과, 스웨덴에서도 똑같이 하다가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개선했다고 하는데, 가장 큰 차이는 스타트업 지원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 및 프로그램 관리 시스템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한국은 다른 분야의 지원 체계와 창업 지원체계가 동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창업자 개개인이나 개별업체까지 직접 지원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가지고, 전담기관이란 정부 에이전시와 주관기관이란 관리기관에게 동일한 매뉴얼을 가지고 하도록 한다"며 "개별업체에 대한 프로그램 지원도 획일적이며, 성과에 대해서도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해 보고서를 작성하게 돼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의 지적은 전담기관과 주관기관들이 각 기관들의 장점이나 특성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 채 그 매뉴얼에 따라 행사하고 보고서 작성, 제출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주관기관 선정도 같은 잣대로 이뤄져 기관의 특성이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기관보다 정부사업 수행능력(행정 능력)이 우수한 기관이 선발되기 일쑤라는 게 김 이사장의 지적이다.
김대진 이사장은 "유럽은 육성기관의 역량을 보고 예산을 지원한다"며 "육성기관에서는 자체 예산과 지원예산을 가지고 각 기관의 특성과 장점을 활용하는 창업육성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전체 사업의 결과를 하나의 보고서로 정부에 제출하면 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성과보다는 행정의 정확성에 치중하는 한국의 시스템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영화 ‘인턴’과 같이 시니어 인턴 경험이 청년에게 담겨야”
김대진 이사장은 “시니어 세대에서는 저를 천재라고 추켜세우는 분이 많지만 청년 세대에 비하면 둔재 수준에도 못 미친다”며 “청년 세대가 더 빨리 창업에 대한 인식을 갖게 하고 창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시니어 세대가 팔을 걷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은 고용을 늘리고 국가의 부를 키우고 사회를 혁신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어야 성공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기존 일자리는 줄었으면 줄었지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청년 세대가 창업을 해야만 개인이나 국가가 살아갈 수 있고, 그래서 전 세계 나라들이 창업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창업생태계를 설명하며 영화 ‘인턴’을 사례로 들었다.
김 이사장은 “우리 시니어들이 ‘인턴’에 나오는 시니어 인턴처럼 청년 창업가 세대에게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군림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말고 겸손하게 청년 세대를 위한 울타리가 되어 주고 해결사가 되어 주고 가이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진 이사장은 “창업은 성공이나 실패가 아니고 인생”이라며 “그러니 창업을 두려워하지 말고 즐기길 바란다”고 청년창업자들을 격려했다.
◆김대진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은
△경북 안동 출생 △서울고교, 연세대 기계공학과 졸업
△YPP USA, Inc. CEO (1999~2004년) △Tagit-Pacific Inc. EVP(2004~2006년) △미국 UNIZIP, Inc. Founder & CEO(2006~2012년) △HSR 엔젤유한책임회사 창업자& 대표(2015~현재)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운영위원(2017) △StartupOle, Spain Speaker(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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