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슈퍼루키’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지한솔이 3년 만에 감격적인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토록 고대하던 ‘우승자’ 자격으로 처음 기자회견장을 찾은 지한솔은 인터뷰 도중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청난 기대 속에 뛰어든 프로 무대에서 우승을 이루지 못한 부담감이 그의 감정선을 송곳처럼 찌른 탓이다.
12일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시즌 최종전 ADT캡스 챔피언십(총상금 5억원) 최종 3라운드. 지한솔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뚫고 최종합계 18언더파 198타로 우승을 이뤄냈다.
“이번에도 우승 못하는 줄 알았다. 정말 기분이 좋다. 아직 실감이 안 난다.” 프로 3년차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지한솔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다른 선수들은 우승을 많이 하는데…. 이런 저런 생각이 들더라. 지난 대회부터 즐기면서 경기를 하자는 생각을 했다.”
마음이 편하게 먹은 덕분일까. 지한솔은 이번 대회에서 완벽한 플레이를 했다. 54개 홀을 돌면서 단 1개의 보기도 없이 버디만 18개를 잡아냈다. 최종 3라운드 막판 우승 경쟁에서도 뒷심을 발휘하며 짜릿한 생애 첫 승을 일궈냈다. 지한솔은 “내일 하루가 더 있다고 생각하고 쳤다. 역전을 당하고 마음이 급해지기도 했지만, 차분하게 치려고 노력했다”며 “다들 저보고 뒷심이 없다고 하는데, 원래 제가 뒷심이 있는데…”라고 웃었다.
이어 신인 당시 많은 계약금을 받았던 질문이 나오자 목소리가 떨렸다. 프로 데뷔 당시 지한솔은 연간 계약금 2억2000만원으로 그해 신인 최고대우를 받았다. 지한솔은 “많이 받긴 했죠”라며 말끝을 흐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겨우 마음을 추슬러 다시 꺼낸 말은 “부담이 많았다”였다.
지한솔은 엄청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취미생활로 극복했다. 연습에만 몰두하지 않고 보고 싶은 영화도 보고 뜨개질을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를 편안하게 만든 비결이자,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든 값진 시간이었다.
드디어 첫 승을 이루고 환한 미소를 되찾았다. 지한솔은 이제 과거 대신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제 친구 (김)지현이도 이 대회에서 첫 우승을 했잖아요? 저도 똑같이 따라서 내년에는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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