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투자 대비 사업화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숫자만 늘어난 특허는 기업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주도의 R&D 투자 시스템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으며,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환경도 조성하지 못했다. 자유로운 연구자 중심의 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하면서 노벨상 수상자도 전무(全無)하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간 추격형 전략에서 벗어나 융합·혁신으로 무장한 선도형 전략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본지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과학기술이 선도하는 혁신전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20조원 국가 R&D 예산 총괄 컨트롤타워'
9년만에 부활한 과기혁신본부는 과학기술정책 R&D 사업 예산 심의·조정, 성과평가 등을 전담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기존의 기획재부가 갖고 있던 출연연 운영비·인건비 조정권과,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신규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R&D 예비타당성조사 권한 등 R&D 사업의 핵심인 '연구기획·예산배분·성과평가'의 3개축을 모두 과기부가 쥐게 된 셈이다.
이는 현 정부의 국정 기조인 4차 산업혁명 정책에 대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래 먹거리의 핵심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역할이 필수기 때문이다. 과기혁신본부에 예산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과학기술 R&D 투자전략과 역할 분담을 명확히 나누겠다는 것. 또한 과기혁신본부장은 차관급이지만 주로 장관들이 참석하는 국무회의에 배석해 중요 정책 결정에 참여하도록 위상을 높였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R&D 예비 타당성 조사' 권한을 기획재정부에서 과기혁신본부로 이관하고, R&D 지출한도를 공동 설정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및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을 연내 완료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오는 2022년까지 연구자 주도 자유공모 예산을 2배 확대하고, 기초·원천 R&D는 과기정통부가 통합 기획해 수행하는 범부처 R&D 체계 혁신 방안을 내놨다.
임대식 과기혁신본부장도 과학기술계 전반적인 제도 혁신과 전문성 제고를 위해 두 팔을 걷었다. 단기적 성과창출에서 벗어나 연구자 자율성에 둔 창의적·도전적 연구개발을 촉진하는데 주력하고, 연구개발 단계별로 불합리한 행정관행을 개선해 연구자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발족한 연구개발R&D 제도혁신을 추진하는 '연구제도혁신기획단(혁신기획단)'도 이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과기혁신본부가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혁신을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막대한 R&D 예산 권한을 남용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참여정부 시절 과기혁신본부는 기재부와의 예산 배분 권한이 명확히 풀리지 않으면서 혁신본부가 심의하고, 기재부가 다시 심의하는 구조에 발목이 잡혔다. 반면 현 정부의 과기혁신본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권한까지 기재부로부터 넘겨받게 됐지만, 관리 책임도 무거워졌다.
때문에 전신인 참여정부 시절 과기혁신본부와 어떠한 차별화를 가지고 전문적으로 운용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과기혁신본부 출범 초기부터 인선에 차질을 빚으면서 불거진 조직에 대한 불신을 씻어낼 수 있는 시험대에 직면했다는 의견이 높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가 과기혁신본부에 주도적인 권한을 부여한 만큼, 이를 적절히 운용하고 연구현장과 소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서의 강력한 리더십과 부처간 조율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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