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인수전이 아람코·중국건축·TR아메리카 등의 글로벌 각축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호반건설이 인수전에 참여할지 여부로 관심을 끌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3위 대형 건설사인 대우건설 매각 예비입찰 제안서 접수가 이날 오후 3시 마감됐다.
앞서 이달 6일 국내·외 20여개 업체가 비밀유지확약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밀유지확약서를 제출하면 대우건설의 투자설명을 받을 수 있고, 사실상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진다.
적어도 20여개의 업체가 대우건설 매수에 관심을 내비친 셈이다. 물론 이들 업체가 모두 실제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대우건설의 경우 입찰자가 저조해도 매각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기존 산업은행 자회사는 국가계약법 적용을 받아 2인 이상 참여해만 유효경쟁이 성립되지만, 대우건설의 경우 PEF(사모투자펀드)이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는다. 1곳만 예비입찰해도 추진이 가능하다.
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인 '아람코', 미국 투자회사인 'TR아메리카(TRAC)', 말레이시아 에너지업체 '페트로나스', 중국 건설회사 '중국건축공정총공사(중국건축)' 등 외국계 업체와 국내 주택시장에서 탄탄한 실적을 다져온 '호반건설' 등을 입찰 유력 후보군으로 점치고 있다.
아람코의 경우 올해 초 정부 관계자 및 국부펀드 실무진이 방한해 대우건설로부터 투자 브리핑을 받았다. 이미 대우건설은 최근 수년간 사우디와 잔사유 고도화 생산단지 공사, 신도시 건설 등을 잇따라 체결하는 등 사우디 진출 발판을 어느 정도 다졌다.
재미교포 사업가 문정민 회장이 설립한 TRAC도 이번 대우건설 인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TRAC는 2009년 해외 건설업체와 컨소시엄을 맺고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최종 단계에서 투자확약서(LOC)를 제출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호반건설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상태다. 호반건설 측은 인수가가 너무 높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단번에 대형 건설사로 발돋움할 수 있고 이미 금호산업 인수 시도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려 한 전례가 있어 이번 매각의 주요 후보로 손꼽힌다.
업계는 이들 업체의 실제 입찰 참여 여부가 매각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비밀유지확약서를 제출한 업체가 20여곳이라 해도 이들이 실제로 입찰에 참여해 얼마만큼의 치열한 경쟁이 발생하느냐가 이번 매각의 관건"이라며 "인수 후보가 많아야 매각이 흥행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업체들이 자연스레 인수 가격을 낮게 제시할 것이고, 대우건설의 매각 작업도 한층 난항을 겪게 된다"고 분석했다.
대우건설 매각은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이뤄지며 대상 주식은 산은이 PEF 'KDB밸류제6호'를 통해 확보한 2억1093만1209주(지분 50.75%)다. 매각 주관사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와 '미래에셋대우'다.
주가도 매각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대우건설 주가는 이달 1일 7000원선을 기록했으나 실적 발표가 있던 2일 이후 줄곧 6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 10일 종가는 6750원이며, 이를 토대로 한 추정 매각가는 약 1조4000억원 수준이다.
산은은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보탠 2조원대 수준의 매각대금을 희망하고 있다. 물론 이 금액은 산은이 2010년 대우건설 인수 당시 투입한 3조20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규모지만, 국내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대우건설의 특성상 유효 인수자가 나타난다 해도 업체가 이 가격에 쉽게 응할지는 미지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일단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적절한 인수자가 나타나면 시장 가격에 무조건 매각한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인수에 관심을 둔 업체가 많은 만큼 입찰 경쟁에 대한 부분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예비입찰 접수를 마감하면, 내년 1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들어가 7월 정도에 매각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아직 기업 가치를 향상시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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