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중국의 窓] '사드 봉합' 이후 한·중 관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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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경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국제정치학 박사)
입력 2017-11-1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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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경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국제정치학 박사)]


작년 7월 한국의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악화일로를 걷던 한·중 관계가 올해 ‘10·31 합의’를 계기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근래 들어 가장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동남아 순방은 한·중 관계 정상화를 위한 계기를 마련하고 신남방정책으로 한국의 외교자산을 늘렸으며, 북핵에 대응하는 각국의 의지를 하나로 모았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다.

특히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마치고 권력기반을 공고히 한 시진핑(習近平) 2기 정부와 미래지향적인 한·중 관계의 장을 열었다는 점은 북핵문제에 대한 한·중 공조를 더욱 촉진한 것으로서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한·중 합의에 대해 국내 일부에서 “중국에 굴복했다”거나 “외화내빈”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나왔는데, 중국 내부에서도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한 불만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인민일보 등 관영지들은 한·중 합의가 양국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관개개선을 위한 한국 측의 노력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회 내부에는 “한국에 굴복했다”는 비판적인 시각과 보다 당당하지 못한 자국정부에 실망했다는 일반 대중들의 댓글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입장과는 결이 다른 중국 사회의 불편한 심기가 드러나는 것이다.

일견 이해가 될 만도 하다. 그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공식 입장은 한마디로 ‘단호한 반대(堅決反對)’였다. 중국 외교부, 관영 신화사, 국방부 등 주요 기관들은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심각하게 손상시킨다”, “역내 전략적 균형을 깬다”,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를 마치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즉, 한국 정부의 설명과 무관하게 ‘무조건 반대’라는 입장으로 사드에 대한 타협이나 양보는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강경일색이었다. 이 같은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한·중 관계 및 안보 전문가들의 견해로 고스란히 전달됐을 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의 사드 인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사드에 대한 반대 입장이 중국 최고 지도자인 시 주석에 의해 직접 표명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시진핑이 누구인가. 그는 2013년 3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으로부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받자마자 인민해방군 개혁에 착수했고, 현재 군에 대한 강력한 장악력을 갖춘 자로서 군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해왔다.

그리고 사드는 시 주석이 직접 나서서 추진하는 군 개혁, 즉 강군(强軍)으로의 전환과정에 하나의 장애물로 간주되는 사안이었다. 중국 군부가 미국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에 유독 민감한 것은 객관적으로 열세에 처해 있는 핵전력을 비롯한 중국의 국방력과 대응전력이 사드로 인해 무력화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미사일방어체계를 갖추면서 장착하는 요격 미사일 수를 증가시키거나 레이더 탐지범위를 확대하면 중·미 간 전력 경쟁의 추는 더욱 미국 쪽으로 기울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중화민족의 대부흥’을 뒷받침할 강력한 군 전력 확보에 걸림돌로 여겨졌고, 강군육성의 필요성을 강력히 설파하며 대대적인 개혁작업을 벌여온 시 주석의 권위에도 먹칠을 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외교부 장관이나 국방부 관료 수준이 아니라 14억명을 대표하는 최고 지도자가 직접 거론했기에 사드에 대한 중국의 유연성은 크게 제약 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봤을 때 이번 사드 관련 한·중 합의는 중국이 적잖이 양보한 셈이다. 사드배치 결정 후 중국은 한국정부의 거듭된 설명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예 대화 자체를 거부했었다.

배치 이후에는 배치 중단 및 철수를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오히려 기대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추가 배치 및 사실상 배치 완료가 이뤄졌다.

또한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 국내의 찬성 여론이 높아지고, 사드 보복으로 인한 반중(反中) 여론이 증폭하며, 그에 반비례해 한·미동맹 강화론이 득세하는 상황에 중국은 내심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으로부터의 견제와 압박은 강화되는데 대북 영향력은 줄어들고 한국마저 미국에 내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방울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사람이 방울을 떼라는 중국의 요구는 한국이 먼저 성의 있는 조치를 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한국과의 사드 경색국면을 풀고 싶으니 체면을 살려달라는 중국의 바람이 내재된 것이었다. ‘초심론(初心論)’ 역시 마찬가지다. 이 같은 중국의 입장 변화는 사물의 큰 틀 또는 큰 그림, 중국말로 ‘다쥐(大局)’를 중시하는 사고체계에서 이해될 수 있다.

시진핑 정부는 주변외교를 격상시키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를 추진하며 주변국과의 관계 강화를 적극 추진해왔다. 이를 통해 미국 중심적 동아시아 세력구도를 자국에 유리하게 재편하려는 의도였다.

이러한 중국에게 중공군 유해를 송환하고, 전승절 행사에 참가하며,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한 한국은 주변외교의 큰 성공사례였다. ‘한·중 관계가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에 도달했다’는 착시현상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사드로 인해 돌연 한·중 관계가 악화됐을 뿐 아니라 이 외에도 남중국해 분쟁, 중국·인도 국경분쟁, ‘일대일로’에 대한 일본과 인도의 공동견제 등 주변정세는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으로서는 멀어지는 한국을 돌려세울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향후 사드로 인해 한·중관계가 전반적으로 재악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핵에 대한 한·중 공조가 얼마나 잘될 수 있는지다.

문재인 정부의 ‘3불(不)’ 입장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제재 강도 강화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중국 정부는 한·중 관계 개선을 마뜩해하는 국내여론을 환기시키고 곧 한·중 정상회담에 나설 것이다. 이후 북한이 또 도발하더라도 ‘평화적 해결을 위한 최대한의 압박’ 기조에 미·중 양국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한국이 중간에서 최대한 중심을 잡고,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리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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