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IT보안 간판기업인 치후(奇虎)360의 중국 본토 증시 상장안이 확정됐다. 치후360은 상하이거래소 상장사인 에스컬레이터 제조업체인 장난자제(江南嘉捷)를 통해 우회 상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치후360이 지난 2011년 3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지 6년 반만에 다시 조국으로 돌아오게 된 셈이다.
치후360의 인수합병 대상이 된 껍데기 기업 장난자네는 지난 7일 주식 거래가 재개된 이후 15일 현재까지 7거래일 연속 매일 상한선인 10%씩 오르며 거침없는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치후360의 인수합병은 오는 20일 열리는 장난자제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저우훙웨이(周鴻祎) 치후360 회장은 "인터넷 안보와 국가 이익은 일치한다"며 "우리는 당연히 중국에 뿌리를 두는 게 맞다"며 중국 본토 증시로 회귀한 이유를 설명했다.
◆ 성숙해진 중국증시…우량기업 맞이할 준비됐나
치후360의 중국 본토 증시로의 회귀는 중국 주식시장의 발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현지 경제일간지 증권시보는 “올 들어 기업공개(IPO) 심사가 엄격해지고, 제3자 증자제도 완비, 대주주 지분매각 규제 등 주식시장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한 각종 조치가 발표되면서 주식시장에서 각종 투기 거래가 점차 사라지고 가치 투자가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동시에 중국 증시가 점차 개방되면서 외국인 지분보유액이 1조 위안을 넘고 해외 기관투자자가 주요 투자자로 자리잡고 있다”며 “이처럼 중국 증시가 한층 성숙되면서 해외에 상장했던 우량기업들이 본토 증시로 회귀할 여건이 점차 마련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에 상장된 더 많은 경쟁력있는 중국 기업들이 중국 본토로 회귀가 기대되는 이유다.
◆해외 상장기업들의 '컴백' 열풍 부나
치후360의 회귀 선언에 대한 중국 증권당국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증권관리감독위원회(증감회) 대변인은 “증감회는 국가산업전략 발전방향, 핵심기술 확보, 해외에 상장한 경쟁력 있는 중국기업의 A주 기업 인수합병을 중점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치후360을 시작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돼있던 중국 기업들의 회귀 열풍이 재현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중국 경제전문매체 허쉰망에 따르면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은 120여곳에 달한다. 지난해 12곳이 상장했고, 올해는 16곳이 상장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을 일컫는 경제용어도 따로 있다. ‘중가이구(中槪股, 중국개념주)’다. 현재 알리바바, 바이두, 징둥닷컴 등과 같은 중국에서 소위 잘나가는 인터넷 기업들 대부분이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다.
이는 중국 증시에서 기업공개(IPO) 요건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당국은 중국증시 상장기업에 3년 연속 흑자를 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초창기 많은 투자가 필요한 인터넷 기업들은 이 조건을 충족시키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여기에 지나치게 큰 변동성, 정치적 리스크, 기다란 대기 기간 등 중국증시의 미성숙함도 이들이 해외로 상장할 수 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게 사실이다.
◆엄격한 심의로 '옥석 가리기'는 필수
해외에 상장된 기업이라고 해서 너도나도 중국 당국이 본토 증시에 상장하도록 허락하는 건 아니다. 당국은 중가이구의 본토 증시 상장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걸고 IPO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증감회는 중가이구 2곳의 중국증시 IPO 신청에 퇴짜를 놓기도 했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였던 원젠의료(穩健醫療)는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하고 중국증시 IPO를 신청했으나 지난 달 31일 증감회 IPO 심의에서 탈락했다. 당국은 원젠의료 측에 나스닥 우회상장 이유, 상장폐지 이유, 중국 증시 IPO 신청 이유, 비즈니스의 합리성 등을 꼬치꼬치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지난 2014년말부터 중국 증시에 불어닥친 폭등세로 미국으로 떠났던 중국기업의 본토로의 회귀 열풍이 잠깐 불기도 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최대 화장품 온라인쇼핑몰 쥐메이를 비롯해 '중국판 페이스북' 런런왕, 온라인서점 당당왕, '중국판 듀오' 스지자위안 등이 잇달아 미국 증시에서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중국 당국도 해외 상장 기업들을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을 것이라 예고하며 본토 증시로 회귀할 것을 적극 장려했다. 예를 들면 인터넷기업이나 하이테크 기업이 중국 중소 벤처기업 장외 전용시장인 신삼판(新三板)에 우선 상장한 후 1년 뒤 창업판에 상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예고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2016년초 중국 증시 폭락으로 지원책은커녕 오히려 해외 상장기업의 본토 증시로의 회귀에 우려를 나타내며 이들의 우회상장 등으로 인한 투기 위험성을 예의주시했다.
이로 인해 중가이구의 본토 증시로의 회귀 열풍은 순식간에 수그러들었다. 이미 미국 주식시장에서 상장 폐지 수순을 밟았던 대다수 중국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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