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의 30주기를 이틀 앞둔 이날 경기도 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추모식을 진행했다.
당초 호암의 30주기는 19일이지만, 기일 당일이 일요일인 점을 고려해 이날 열렸다.
올해가 ‘30주기’라 상징적인 기념일로 여겨지고, 삼성전자가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이지만, 삼성은 총수 부재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보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7명 경호원들이 선영으로 향하는 길목을 통제하고 있어 허가된 차량만 통과할 수 있었다. 허가된 차량들은 앞 유리에 종이로 삼성그룹 관계자임을 표시해뒀다. ‘오늘은 미술관 임시 휴관일입니다’라고 써진 안내판이 취재차량을 맞았다.
오전 8시40분께 삼성 오너일가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어머니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 부문 사장 등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들이 들어섰다.
뒤이어 삼성전자를 비롯해 계열사 사장단이 탄 차량으로 추정되는 진하게 썬팅된 검은색 제네시스 EQ900,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차량 50여대가 잇따라 선영으로 향했다. 호암 추도식은 오전 10시에 시작했다.
울창한 나무에 가려서 추도식 현장은 직접 보이지 않았다. 일부 사진 기자들이 준비해온 대형 카메라를 통해서도 삼성 오너 일가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호수 뒤쪽으로 보이는 하얀 천막 안에서 추도식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1시간 가량의 추모식 이후 삼성가와 사장단은 선영 인근에 마련한 임시 천막에서 식사를 하고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호암의 기일은 최근 대내외적으로 크고 작은 위기를 맞은 삼성에게 특별하다.
호암의 3남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와병중이고, 지난해까지 추모식을 주재했던 이재용 부회장은 옥중에 있어 기념비적인 선대회장의 30주기를 직접 챙기지 못했다.
이에 삼성 임원진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앞서 삼성은 ‘세대교체’를 통해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했으며 전날 부사장급 이하 임원인사까지 매듭지었다.
이날 신‧구 사장단이 선대회장의 기일을 맞아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호암의 ‘기업가 정신’에서 교훈을 찾고, 총수 부재의 삼성의 미래에 어떻게 대비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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