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남이시네요’(2009)를 시작으로 ‘넌 내게 반했어’(2011), ‘미래의 선택’(2013), ‘삼총사’(2014) 최근작인 ‘더 패키지’(2017)에 이르기까지. 가수 겸 배우 정용화(28)는 자신이 “맡은 바를 완벽히 해내기 위해” 분투해왔다.
“실력 없이 욕심만 많은 건 민폐”라는 정용화의 철학은 그의 완벽주의 적인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단면.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맡은 바 임무를 해내기 위해” 숱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렇게 쌓아온 ‘정용화의 영역’은 점차 확고해졌고 또 단단해졌다.
18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더 패키지’(극본 천성일·연출 전창근 김진원)는 정용화에게 자신의 강점을 일깨워준 작품이다. 극 중 사고뭉치, 예측 불허의 패키지 여행객 산마루로 분한 그는 매끄러운 연기력과 풍부한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는 중.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정용화와 함께 드라마에 대한 그리고 배우·가수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사전제작 드라마는 처음이었는데. 어땠나?
- 몰입하기가 좋았다. 특히 이번 작품은 캐릭터 분석을 철저히 하고자 했다. 프랑스에서 촬영하는 거라 혼자 리허설을 할 수 없으니까. 현장에 가서 많이 바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동적으로 변하기 위해 캐릭터를 정확히 이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촬영 전 12부작이 다 나온 상태였고 사전제작이기 때문에 여유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더 패키지’의 경우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 및 대사들이 많았다. 드라마의 인기 요소기도 했는데?
- 저도 한 번 꼬는 게 좋더라. 보통의 드라마였다면 소소(이연희 분)와 뽀뽀할 때도 멋지게 끝나겠지만 우리는 병으로 머리를 때리지 않나. 그런 포인트가 재밌었다. 이입이 되다가 한 번 더 환기를 시켜주는 모습이 신선했다.
마루는 오해를 많이 사는 인물이다.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자 했나?
- 산마루는 현실적 감각이 떨어지는 친구다. 만약 이런 사람이 현실에 있다고 하면 미움받을 수 있는데 사실은 이런 친구들도 있어야 한다. 하고 싶은 건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그 자체가 굉장히 매력 있다. 정말 오해를 많이 받는 것 같은데 사회구조에 익숙해진 사람들과 자기 뜻에 사는 산마루의 충돌이 있었던 것 같다. 누가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캐릭터로 인해 대리 만족을 하는 기분도 느꼈겠다
- 그렇다. 일단 제가 패키지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연예인이라서 경험하는 것도 많지만 또 연예인이라서 경험하지 못하는 것도 많다. 그런 걸 다 떠나서 하지 말아야 할 것까지 하는 게 문제지만. 하하하.
실제 성격과 산마루의 교집합은 무엇일까?
- 산마루의 성격을 닮기는 힘들다. 베이스나 무드 자체를 저에게서 만들려고 했다. 제가 마루처럼 나서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긍정적이고 밝은 편이라서 (성격을) 잘 만들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진한 키스신이 방송 내내 화제였다
- 마루라는 캐릭터를 봤을 때 이 캐릭터가 순수하고 호기심이 많은 엉뚱한 친구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남자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더 멋있고 돋보일 것 같았다. 멜로 신에서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주려다 보니 그런 (높은 수위의) 장면이 나온 것 같다. 드라마 자체가 리얼리티가 강하기도 하다. 키스신이 유독 많았는데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다.
상대 배우인 이연희와 함께 키스신을 구상한 건가?
- 이야기를 했었다. 디테일하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서로에게 신뢰가 있었다. 프랑스 신을 다 찍고 한국에서 키스신을 찍었는데 어떤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산마루가 정용화에게 인생 캐릭터라는 칭찬이 많더라. ‘미남이시네요’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 있다면?
- 예전에도 최선은 다했지만 ‘어떻게 하면 멋있게 보일까?’를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대본을 질릴 때까지 외우고 심도 있게 고민해보려고 한다. ‘삼총사’ 이후 오랜만에 대본을 보면서 많이 연구했었다. 확실하게 한 다음에 작품을 만나고 싶었다. 산마루의 과거부터 그의 삶을 하나하나 다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사지 않았나 싶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남은 것은 무엇인가
- 제가 산마루처럼 닮아가는 것 같다. 성격 자체가 감정을 숨길 때가 많았는데 이제 조금 솔직해진 것 같다. 대사를 하면서도 내게 해주는 말 같은 느낌을 받았고 힐링을 받기도 했다.
정용화에게 2017년은 남다른 해였다. 솔로부터 씨앤블루, 드라마 활동까지 바빴는데. 정용화의 정체성을 말하자면
- 정체성보다는 욕심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실력이 없는데 욕심만 많으면 민폐일 수 있지 않나. 저는 항상 임하기를 가수 활동을 할 때는 배우를 등지고, 배우 활동을 할 땐 가수를 등진다. 완벽하게 몰입하고 싶다. 여러 분야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건 욕심이지만 나의 영역만큼은 확고히 하고 싶다.
완벽주의 적인 성격인 것 같다
- 전 게임도 안 한다. 지는 게임이 싫어서. 제 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못하는 게 있으면 깔끔하게 안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이번 역할을 통해 차기작에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한 문제점은?
- 강점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든다. 밝은 역할을 통해 많은 칭찬을 해주셔서 또 밝은 역할을 해보지 않을까 싶다.
차기작은?
- 정해진 건 없다. 그런데 아무거나 하고 싶지는 않다. ‘해야 해서’ 하는 건 싫다. 드라마를 이용해 저의 연예계 수명을 늘리고 싶지 않다. 그건 진짜 민폐다. 멋도 없다.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걸 해도 100% 만족을 못 하는데 해야 해서 하는 거라면 시청자들도 다 아실 거다.
정용화가 본 가수와 배우, 각각의 매력은
- 둘 다 매력적이다. 가수로서는 3시간짜리 공연에서 분출하는 에너지가 상당히 즐겁다. 연기자는 느낄 수 없는 그런 재미가 있는 것 같다. 또 반대로 배우는 다른 사람으로 살아볼 수 있고 끝나고도 여운이 길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 같은 예술이지만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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