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험사기는 개인의 단독범행이 아니라 일가족, 조직폭력배, 전문브로커, 병원 관계자 등에 의한 조직적인 범행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친족간 살인, 방화 등 잔혹한 보험범죄도 급증하는 추세다.
갈수록 진화하는 보험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각 보험사 SIU(보험사기특별조사팀)는 인력과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들이 벤치마크하는 곳이 바로 현대해상의 SIU다.
현대해상의 SIU본부는 조사 인력·인프라 구축 측면에서 업계 최고다. 실제 현대해상은 경찰 출신 조사전문가 42명과 간호사 출신 의료전문가 2명 등 대규모 조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지난 2004년 조사업무 전산 시스템, 2007년 주요 교통사고 대응 시스템, 2010년 보험사기 인지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도입하는 등 타사보다 한 발 앞서 인프라를 개선하고 있다.
◆ 보험사기 적발 건수 해마다 급증, 환수도 대폭 증가
이를 바탕으로 현대해상의 보험사기 적발·환수 실적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1101억원 규모의 보험사기를 적발했으나 지난해에는 1454억원으로 32.06% 늘었다. 같은 기간 환수 실적도 57억9100만원에서 61억5400만원으로 6.27% 확대됐다. 이로써 지난해에는 보험협회가 주관하는 보험범죄방지 유공자 시상식에서 업계 1위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해상의 인프라 구축을 이끌고 있는 것은 박중묵 현대해상 SIU본부장이다. 박 본부장은 현재 보험업계에서 SIU 업무로 임원(상무)까지 승진한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올해 초 SIU 부문을 총괄하게 되자마자 조사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래의 보험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보험사기 조사 방식을 구축하는데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인프라 구축에도 관심이 가더군요. 올해는 사후분석 조사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보험사기의 80% 이상이 적발되지 않고 묻히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결국 사후분석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사건이 굉장히 많다는 뜻이죠."
박 본부장은 사후분석 조사 시스템의 보험사기 이상징후 지표 분석을 이끌고 있다. 효율이 낮은 지표를 제거하고, 최신 보험사기 트렌드에 맞는 지표를 추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116개였던 이상징후 지표를 230여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통합조회화면을 구축하고 시스템의 처리속도도 개선해 보다 효율적으로 보험사기 혐의자를 추출하고 분석하도록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사후분석 시스템 고도화가 끝나면 다음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AI나 머신러닝 기능 도입을 검토할 생각입니다. 지금 시스템은 하나의 판단모델을 활용해 보험사기인지를 판단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스스로 학습을 통해 다양한 알고리즘을 활용한 AI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전문 인력 확보와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과제
박 본부장은 '인력과 인프라'를 확보한 보험사만이 미래의 보험사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IT와 보험사기 양 쪽을 두루 아는 전문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문 인력이 있어야 효과적인 조사 방식과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가 SIU 부문을 맡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인프라 구축 등 보험사의 노력만으로는 보험사기를 억제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박 본부장의 생각이다. 과다입원 등 비교적 정도가 약한 보험사기에 대해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 탓에 친족 살인 등 잔혹한 보험사기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시각이다. 사소한 보험사기에 발을 들이게 된 사기범들이 점차 조직화·정교화된다는 분석이다.
실제 박 본부장은 노년층과 여성이 저지르는 보험사기가 갈수록 늘어나는 등 사회 전반에 보험사기가 만연하다고 진단했다. 현대해상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인원 중 60대 이상이 전년 대비 9%, 여성이 7.4% 늘었다.
이를 막기 위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등 법령 개정을 통해 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수사기관인 일선 경찰과 금융감독원, 보험사의 공조가 원활하도록 공동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 돈은 눈먼 돈이라는 관대한 인식이 결국 조직적이고 잔혹한 보험범죄로 이어지게 됩니다. 정도가 약한 보험사기가 발생하더라도 결국 그 피해는 다른 보험가입자가 보게 됩니다. 보험사기의 폐해를 널리 알리고, 특히 보험사기 취약 계층에 대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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