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회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지은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는 글로벌금융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해외에서 기업투자금융(CIB)를 확대하고 전통적으로 강한 리테일에 더욱 주력할 방침이다. 윤 회장은 "좋은 매물이 있으면 과감하게 M&A를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글로벌이든 국내든 좋은 물건이 나오면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생명보험쪽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를 보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시장 중에서는 아시아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성장 속도가 빠른 데다 아시아시장이 글로벌을 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베트남·인도네시아는 (다른 은행에 비해 늦어서)따라잡아야 하고, 떠오르고 있는 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는 다른 지역보다 진출이 빠른 만큼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은행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선 "은행들이 돈을 잘 번다고들 하는데 들여다보면 자기 밥값도 못하고 있다"며 "최근처럼 대손충당금이 적었던 적이 없었고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7밖에 안된다"고 해명했다. 그는 "시장은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이 10% 정도 돼야 PBR이 1정도가 되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리상승기의 은행 영업환경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금리가 인상되면 순이자마진(NIM)이 상승하지만 이자를 갚지 못하는 연체 고객도 증가한다. 윤 회장은 "어느 쪽이 더 효과가 클지는 봐야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이 가계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본 후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임시주총에서 KB금융지주는 지주 회장직과 KB국민은행장직을 분리했다. 3년 만이다. 이번 연임으로 인한 별도의 인사개편은 없을 예정이다. 윤 회장은 12월 정기인사에 맞춰 인사를 낸다는 방침이다.
노조와의 관계는 풀어야 할 숙제다. 임시주총에선 시작 3분 만에 고성이 오갔다. 사측이 주주의 주총 참석을 막고 출석주식수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가 주주제안을 통해 상정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냈지만 부결됐다. 이 과정에서 주주 위임장 집계를 위해 주총이 정회되기도 했다.
윤 회장은 노조와의 관계를 부부사이에 비유했다. 그는 "때로는 다투기도 하지만 회사를 어떻게 하면 잘 만들까 하는 같은 목적과 방향을 가지고 있다"며 "노조는 직원의 대표이기 때문에 생산적인 이야기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해를 구해야 하는 부분이 있으면 논의하는 방식으로 상생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문제 삼고 있는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배구조는 회사 상황과 전략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경직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기업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유연하게 논의하고 이사회 통해서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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