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G2만이 이 큰 판을 호령할 수 없다는 것이 갈수록 명백해진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칼자루를 휘두르고 있지만 계획대로 순탄하게 굴러가고 있지 않다. 미국은 궁여지책으로 ‘인도·태평양(Indo-Pacific)' 구상을 내놓으면 일본, 인도, 호주 동맹국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신형 대국관계’로 대등한 위치에 올랐다고 자평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중국 스탠다드를 밀어부치고 있지만 도처에서 마찰음을 내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의 힘이 과거에 비해 빠지고 있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 공간을 중국이 비집고 들어가 G2의 퍼즐을 맞추어 보려고 하지만 러시아, 일본, 인도 등 이를 견제하려는 세력들도 즐비하다. 미국과 중국, 양자의 힘만으로 이 지역을 제어할 수 없는 이른바 다자 협력 구조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미국이 빠진 상태에서 11개국만으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발효를 서두른다. 중국은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를 서두르면서 미국이 빠진 아시아 역내에서 맹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들떠 있는 분위기이다. RCEP와 CPTPP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RCEP에는 우리를 비롯 인도와 일본까지 합세한 아시아 16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CPTPP는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7개국에 캐나다, 멕시코 등 미주 4개 국가들이 포함된 1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CPTPP를 주도하면서 RCEP에도 슬쩍 발을 담그고 있다. 아시아 역내 경제의 주도권을 중국에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약삭빠른 계산이다.
약삭빠른 국가들은 G2의 그늘을 교묘하게 빠져 나간다. G2 치킨게임 와중에 어디에서 이익이 생겨나고 있는 지를 분명하게 알아채린다. 즉 지역 안보와 경제적 실익 사이에서 자기들의 포지션을 정확히 파악하고 착지한다. 특히 세계경제의 신(新) 성장센터로 부상하고 있는 아세안과 인도에 대해 눈독을 들인다. 이런 판세라면 향후 우리가 모색해 나가야 할 나침반도 재점검해야 한다. 중국의 사드(Thaad) 제재가 풀리고 있다고 중국에 더 가까이 가기 보다는 새롭게 생겨나는 아세안과 인도 등 포스트 차이나 국가들에게 더 공을 들여야 한다. 한편으로는 국가 안보를 위해 기존 미국과의 동맹을 공고히 하면서 아시아 역내에 태동하고 있는 다자간 협력 구조에 주도적인 역할을 찾아 나서야 한다. 필요하면 CPTTP에도 들어가야 하고, G2의 틀에 묶이기 보다 다자간의 큰 틀에서 이익을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