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는 레고블럭과도 같습니다. 색깔도 모양도 제각각 다르지만 현대 기술과 함께 조립하면 만들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합니다.”
허일규 SK텔레콤 데이터사업본부장은 최근 4차산업혁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빅데이터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허 본부장이 2년6개월이 넘게 빅데이터를 다루면서 느낀 점은, 데이터는 모으면 모을수록 우리의 삶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미래 성장동력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SK텔레콤의 빅데이터 사업 선봉장을 맡고 있는 허 본부장을 만나봤다.
◆ “빅데이터, 모을수록 할 게 많아진다”
SK텔레콤은 기업의 생산·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각 산업의 디지털 지형 변화를 예상해 B2B(기업 간 거래)시장의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는 솔루션 사업에 뛰어든 것은 물론, 데이터의 공공적 활용을 통한 사회적 효율 제고에도 나서며 빅데이터 산업 진흥을 위한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허 본부장은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 솔루션 모델을 활용해 기업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허 본부장은 “유통·물류, 리테일, 이커머스, 제조, 금융, 공공, 건설, 홈 가전 등 다양한 산업군과 연계해 빅데이터를 용도에 맞게 변형시켜 내보내는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고객을 관리하는 기술은 물론, 공장의 생산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분석하거나 금융기관의 새로운 타깃팅 기법을 제안하는 솔루션 등 굉장히 큰 종류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기술을 B2B시장에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SK텔레콤의 위치기반 빅데이터 분석은 공공분야 뿐 아니라 기업의 매출추정, 입지분석, 점포전략, 타깃마케팅 등에 활용되거나 스타트업의 창업 아이템이나 예비창업자용 상권분석용 데이터로 활용도를 넓히고 있다.
허 본부장은 데이터를 핸들링하는 데이터 테크놀로지 부분에서 만큼은 글로벌 빅데이터 시장과 SK텔레콤의 기술력이 견줄만하다고 강조한다. 데이터 플랫폼의 완성도를 구축하는 데는 시간이 다소 걸릴 순 있으나, 제조·금융·IT 기술과 연계된 기초 기술부문에 있어서는 꽤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허 본부장은 빅데이터 사업이 앞으로 데이터의 근거한 새로운 종류의 의사결정들이 무수히 일어나는 과정의 단계라고 해석한다.
허 본부장은 “기존 사업은 논리가 있고 그걸 뒷받침하는 데이터를 찾는 연역의 세계였다면, 빅데이터 시장은 이제 데이터를 모으고, 거기서 무엇이 나오지는 지켜봐야 하는 귀납의 세계”라면서 “이제 사업모델을 정하고 데이터를 모으는 시대는 지났다. 일단 데이터를 있는대로 모으다 보면 할 것은 저절로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빅데이터 ‘윈윈시대’…인재육성이 ‘답’
허 본부장은 이러한 빅데이터를 두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기존의 직업군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부작용에 대해 전적으로 부정한다. 빅데이터를 통해 빅데이터 분석가, 빅데이터 구축가 등 새로운 고급직업군이 생겨나 결과적으론 더 나은 사회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허 본부장은 “가령 택시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구해 패턴을 잘 분석하면, 택시운전사에게 주어진 시간에 가장 많은 고객을 태울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게 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운전사는 더 효과적인 수입을 올리고, 고객은 택시를 더 많이 탈 수 있어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이 윈윈”이라며 적절한 빅데이터 컨설팅이 있다면 새로운 사업과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 본부장은 이처럼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빅데이터 생태계를 그리기 위해선 빅데이터 인재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SK텔레콤의 빅데이터 전문 인력은 200여명에 이른다. 그는 향후 500~600명 수준의 빅데이터 전문가를 키워야 글로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허 본부장은 “우리나라의 빅데이터 사업은 지속적으로 성장을 하고 있는데 데이터 인력을 구하는게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좋은 엔지니어들은 실리콘밸리로 유출되는 일이 일반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젠 빅데이터를 실질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육성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면서 “빅데이터 성장 전략의 큰 틀에서 국가적인 어젠다를 설정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 국내도 빅데이터 사후 규제 검토해야
허 본부장은 빅데이터의 폭발적 성장 가능성에 대해 확신을 보태면서도, 우리나라의 빅데이터 규제가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지나치게 형식적인 개인정보보호 규제로 외국계 기업으로의 빅데이터 쏠림 현상까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허 본부장은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이 모호하다는 것은 업계가 모두 공감하고 있다”면서 “비식별화 데이터라 할지라도 다른 데이터와 결합해 식별화 가능성이 있으면 그것은 개인정보라고 치부하는 애매한 조항들이 있는데, 이러한 규제들은 사업 추진을 아예 결정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면 구글과 페이스북은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해 아주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면서 “해외는 사후규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인데, 우리나라도 사전규제에 벗어나 사후규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규제란 부분은 명확히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기업들도 빅데이터가 공공재라 보호해야 하는 것은 공감하지만, 모호한 사후 규제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의 원유를 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의 역차별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끝으로 허 본부장은 “과거에는 벽돌만 가지고 정형화 된 집을 지었다면, 빅데이터는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레고블럭과 같다”며 “빅데이터는 더 많은 직업을 생겨나게 할 것이라 장담한다. 그러기 위해선 앞서 말한 인재육성과 규제 완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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