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청산MK문화관에서 ‘중국 신문학 100년, 작가를 말하다’ 네 번째 시리즈 강좌가 개최됐다.
이번 강좌는 ‘무스잉, 댄스홀에 젖어드는 모던 상하이’라는 주제로 손주연 고려대 연구교수가 진행했다. 진융(金庸), 루쉰(魯迅) 등 중국 근현대 최고의 작가를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이번 시리즈 강좌는 고려대 BK21플러스 중·일 언어·문화 교육·연구 사업단에서 주최하고, 고려대 중국학연구소, 중국어문연구회에서 주관했다.
손 교수는 “1920년대 당시의 중국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팽배했던 시기라 노동자들의 투쟁과 사회주의 등 이데올로기를 소재로 한 문학이 주류를 이뤘다”면서 “뻔한 이야기가 아닌 재미있는 소재를 찾다가 무스잉이라는 작가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 “신감각파 문학의 특징은 입 밖으로 표현하기 힘든 내용을 문장으로 표출함으로써 도시의 화려함과 함께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도시인들의 병리적 모습을 감각적으로 묘사한 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당시 상하이는 서구의 생활과 문화방식을 흡수시키는 시기로 영화관 등 다양한 인프라가 들어오게 됐다”며 “무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관념에서 벗어나 서양의 근대 문물을 자신의 문학에 적극 반영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무의 삶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의 생활패턴이 소설의 주인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주위 친구들의 전언에 의하면 무는 상하이 밤 문화에 푹 빠져 오후에는 자고 저녁 마감시간이 다가오면 그제서야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마감이 끝나면 댄스홀, 영화관, 도박장을 들락거리면서 유흥문화를 즐겼다.
그는 “그 당시 상하이에는 댄스홀이 많았는데 ‘폭스트롯’이란 댄스가 유행의 중심에 서있었다”며 “그때 무가 발표한 단편소설인 ‘상하이 폭스트롯’은 문학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무의 ‘상하이 폭스트롯’에 대해 “댄스의 박자에 맞게 문장을 구성해 현실성과 생동감이 있는 소설”이라고 평가하며 “도시의 즐거운 유흥생활과 유흥이 끝날까 봐 두려워하는 자아를 대조해 심적 괴리감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폭스트롯 등 서구 문물에 매료된 주인공은 전통과 근대 양 갈래길에서 허둥대다 결국엔 댄스홀을 전전하는 소외된 영혼으로 살아간다. 무는 겉으로는 화려하게 보이지만 그 안은 온갖 불륜과 매춘, 음주와 마약으로 병들어 있는 상하이를 ‘지옥 위에 세워진 천국’이라고 표현한다.
손 교수는 무의 또 다른 대표작인 ‘심심풀이가 된 남자’라는 작품을 소개하며 “이 소설의 여주인공인 ‘룽즈(蓉子)’는 재즈, 도시문화 등 산물의 결정체로 매력적인 여인으로 묘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룽즈는 그녀를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론 버림 받을까 봐 불안해하는 남성의 이중적 감성을 보여주는 ‘객체’의 역할을 한다”고 부연했다.
손 교수는 “다른 시각으로 볼 때 남자 주인공이 여성을 향한 이중성은 주인공이 살고 있는 도시 상하이에도 접목이 가능하다”며 “상하이의 눈부신 발전을 자랑스러워 하지만 한편으론 상하이 조계(租界)의 역사를 감추고 싶은 주인공의 복잡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짧지만 강렬했던 무의 삶은 화려함으로 가득한 듯 보였지만, 어쩌면 도시의 문물 속에서 방황하는 젊은이었을지도 모른다"며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기에 그는 영원히 도시의 욕망속에서 고뇌하는 세련된 작가로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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