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24시] MAMA의 국가 표기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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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박세준 통신원
입력 2017-11-2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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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엠넷, 홍콩·마카오·대만 국가로 분류

  • 中 네티즌들 "하나의 중국 위배" 비난

  • 젊은 층 민족주의 정부엔 '양날의 칼'

[박세준 홍콩통신원]

최근 음악방송 엠넷(Mnet)이 주관하는 시상식인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이하 MAMA)’가 중국 네티즌들의 커다란 비난에 직면했다.

MAMA 측이 전 세계 네티즌 투표를 받기 위해 만든 웹페이지에 중국과 홍콩, 마카오, 대만이 다른 국가들과 동시에 배치되면서 “MAMA가 홍콩, 마카오, 대만을 국가로 분류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배했다”는 의견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퍼졌기 때문이다.

당일 중국의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微薄)’에는 하루 종일 “MAMA는 중국에서 꺼져라(MAMA滾出中國)”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글들이 쏟아졌다.

해당 웹페이지 캡쳐는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공식 웨이보에도 게재될 만큼 중국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 언론들도 사태를 심각하게 보도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주최 측인 엠넷은 해당 웹페이지를 삭제하고 중국어판 공지를 통해 중국 네티즌들에게 “깊은 사과의 뜻(深表歉意)”을 표명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주최 측의 사과로 중국 네티즌들의 분노는 어느 정도 진정됐으나, 반대로 홍콩 네티즌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강국의 유리 멘탈(強國玻璃心)’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며 조소를 보내고 있다. ‘강국(強國)’이라는 단어는 현재 홍콩에서 중국 본토를 비하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홍콩 최대의 일간지인 애플데일리(蘋果日報)의 관련 기사 댓글란에서는 홍콩, 대만과 중국 본토 네티즌들의 설전이 오가고 있다.

중국은 21세기 들어 ‘주요 2개국(G2)’이라 불릴 만큼 외형이 커져버렸지만, 일반 네티즌들은 아직도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피해자”라는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중국 민족주의의 기저에는 지난 20세기 전반기 일본과 서구 열강 등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해 반(半)식민지 상태를 겪어야 했던 피해의식이 존재한다.

지난 1997년과 1998년 홍콩과 마카오를 돌려받으며 본토의 ‘반식민’ 상태는 종결됐지만 대만과의 통일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이 ‘불만족스러운’ 상태로 아직까지 남아 있다.

공산당은 개혁·개방 이후의 사회통합 이념으로 이 ‘불만족 상태의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애국주의를 선택했다. 현재 대중문화를 향유하는 주 소비계층인 '바링허우(80後·1980년대 출생자)’, '주링허우(90後·1990년대 출생자)’들은 이러한 애국주의 교육 노선에 따라 충실히 교육받았으며, 강렬한 애국주의 사상과 서구에 대한 피해의식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세대다.

이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이웃 나라 네티즌들과 조우하면서 격렬한 민족주의 의식을 내뿜는 ‘펀칭(憤青)’, 이른바 ‘분노한 청년들’이 된 것이다.

반면 홍콩의 주링허우, 바링허우는 학창시절, 혹은 아주 어린 시기에 반환을 경험한 세대로, 국가에 대한 소속감이 상대적으로 약해 중국 본토의 애국주의에 심한 위화감을 느낀다.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각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애국주의 교육’을 홍콩에 이식하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육을 통해 정부의 입장을 충실하게, 때로는 더욱 극렬하게 대변하는 ‘친위대’가 생성된 경험을 바탕으로 홍콩을 자연스럽게 중국의 일부분으로 융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불만족 상태의 민족주의는 위정자들에게는 ‘양날의 칼’이 되기도 한다. 일반 민중의 극단주의가 사태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끌고 갈수도 있고, 때로는 이들의 ‘분노’가 정부 자신을 향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 중국 인터넷에서는 ‘무력 타격’ 등 강경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여행 제한 및 한국 대중문화 수입 금지 등의 대응에 대해 ‘너무 약하다’, ‘중국 외교부가 너무 무능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지금까지 중국은 민족주의를 내부의 단결을 꾀하고 상대국을 압박하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 위험한 ‘양날의 칼’이 언제까지 중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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