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대한변협회장] "세무사법 개정안은 본말이 전도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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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지 기자
입력 2017-11-2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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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만여명 변호사들에게 본회의 열리는 24일까지 집단행동 촉구

[법과 정치]


변호사들이 자동적인 세무사 자격 취득 금지와 관련해 집단행동에 나섰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현)는 21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김회장을 비롯한 변호사들이 세무사법 개정안 반대를 주장하며 릴레이시위를 벌였다.

 현재 국회가 진행 중인 세무사법 개정안은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자’ 외에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의 문구를 삭제하자는 것으로 돼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상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세무사법 일부법률개정안으로, 당시 작성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현행법은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경우 자동으로 세무사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돼 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변호사자격 취득자에게 부당한 특혜를 주는 것”으로 “전문성이 요구되는 세무분야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나아가 소비자들에게 고품질의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변호사의 세무사자격 자동취득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같은 달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왔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법사위에서 “세무사와 변호사 직역은 구분돼야 한다. 변호사의 업무 영역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은 “로스쿨 제도가 정착 단계에 들어가 많은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들이 법률사무에 종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고 맞섰다.

 이 같이 법사위에서 해당 조항 삭제에 대해 이견이 있어 법안심사 2소위원회 회부를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으로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에 반발한 변호사들이 집단 행동에 나섰다.

 협회는 이날 2만여명에 달하는 변호사 회원과, 전국 로스쿨, 로스쿨 학생협의회, 교수협의회에 세무사법 개정안 저지 집회 참여를 요청하는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협회는 이날부터 다음날까지 국회 정문 앞에서 개정안 통과 반대를 위해 릴레이시위를 진행한다. 또 23일과 24일 양일간 여의도 국민은행 동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것을 준비하고 있다. 24일에는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어 더욱 많은 변호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협회는 “고도의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들에게 세무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장려해야 함에도 국민들이 세무 분야에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면서 “세무·특허·의료 등 직역별 전문 변호사를 배출해 대국민 법률서비스 역량 강화를 도모하는 로스쿨 제도 도입취지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최영지 기자]



김현 대한변협회장도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세무사법 개정안 결사 반대’라고 쓰여진 피켓을 들고 시위에 동참했다.

본지는 현장에서 김 회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김현 대한변협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17, 18대 국회에서도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 움직임이 있었다.
= 제17대 국회부터 이상민 의원이 계속해서 발의해왔다. 그동안은 법사위에서 치열하게 의견이 개진됐었고, 변호사들도 이렇게까지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번 본회의에 직권상정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지나친 결정을 해 집단으로 나서서 반발하게 됐다. 민생법안도 아니고 두 직역이 치열하게 의견이 다른 것을 일방적으로 본회의에 직권상정하겠다는 것은 부당하다.

Q.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가장 큰 피해는 무엇인가.
= 그동안 세무 대리 업무를 변호사와 세무사가 모두 했는데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세무사가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변호사가 세무 업무를 맡지 못하게 되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것은 선택권을 빼앗기는 국민이다. 국민들에게는 세무조정과 행정소송 등을 한 곳에서 일괄처리하는 게 소송경제적 측면에서 유리할 텐데 개정안은 이러한 통로를 봉쇄해 세무사와 변호사에게 업무를 나눠 맡길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다.

Q. 세법에 특화된 변호사가 적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 모든 로펌에 조세 파트가 있고 많은 변호사들이 실제로 세무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세법에 특화된 변호사가 점점 많아지고 있고, 세무업무에 관심이 있고 전문성이 있는 변호사들이 시장에서 세무사들과 실력 경쟁을 통해 국민에게 접근해야 한다. 소송대리를 원하는 세무사들이 로스쿨에 들어오고 있다. 세법 소송업무를 원하는 세무사들도 로스쿨에 와서 변호사자격증을 발급받고 있고, 130명이 로스쿨을 졸업하기도 했다.

Q. 변호사와 세무사간 밥그릇 싸움이라는 말도 있다.
= 세무사라는 것은 변호사가 적은 시절에 기술적인 면만 다루게 하는 직업으로 만든 것이다. 세무사 제도가 변호사 업무 일부를 대체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고 세무사법 제정 당시 변호사에게 당연하게 세무사 자격을 인정해 현재까지 유지돼 온 것이다. 이제 와서 모든 법률사무소에서 업무를 맡을 수 있는 변호사에게 세무 업무를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되는 일이다. 로스쿨 취지 역시 다양한 세무, 특허 분야를 모든 변호사들이 맡아 국민들에게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이 취지에도 어긋난다.

Q. 세무사법 관련 헌법재판소 위헌법률심판은 진행 중인가.
= 세무사 등록을 하려던 변호사가 국세청으로부터 등록 해지를 당해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이를 진행하던 서울고등법원이 변호사의 위헌법률제정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제청했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심판 결과가 나올 것이다. 서울고법은 변호사가 세무사 등록을 할 수 없다는 것이 헌법 15조, 11조 등에 위반된다고 제청했다. 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세무사법 개정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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