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3억3천만명이 푹 빠졌다" 중국 인터넷소설 시장 대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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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7-11-2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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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랑야방, 환락송, 삼생삼세…" 톱10 드라마 중 7개는 인터넷소설 리메이크

  • 중국 인터넷작가 부호 1위 한해 200억원씩 벌어들여

  •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가 주름잡는 인터넷소설 시장

 

중국 인터넷소설 시장[그래픽=아주경제DB]


텐센트를 등에 업은 중국 온라인출판 및 전자책 '공룡' 웨원(閱文)그룹이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하자마자 '대박'을 쳤다. 웨원그룹 주가는 홍콩 증시 상장 첫날인 8일 하루에만 86.18% 급등한 102.4홍콩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장중 한때 주가는 99% 치솟기도 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웨원그룹의 시총은 900억 홍콩달러도 돌파했다.

웨원그룹은 홍콩 증시 상장 전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지난달 26~31일 진행된 일반 투자자 청약에선 경쟁률이 626대 1에 달하고, 청약 증거금으로만 5200억 홍콩달러의 뭉칫돈이 몰렸다. 홍콩 증시 사상 두 번째 규모였다.

웨원그룹의 성공적인 주식시장 데뷔는 중국 대륙에 불고 있는 인터넷소설 열풍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톱10 드라마 중 7개는 인터넷소설이 원작

“랑야방(瑯琊榜), 화천골(花千骨), 삼생삼세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 환락송(歡樂頌), 후궁견환전(后宮甄嬛傳)……”

지난 2년간 중국에서 히트를 친 드라마 목록다. 한 가지 공통분모가 있다면 모두 원작이 인터넷소설이라는 점이다. 홍콩 아주주간에 따르면 2016년 중국 대륙에서 방영된 시청률 '톱10' 드라마 중 7개가 인터넷소설을 리메이크한 것이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문학 시장은 2012년 22억7000만 위안에서 2016년 90억 위안(약 1조5400억원)까지 4년새 네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말 기준 중국내 인터넷소설 구독자는 3억3300만명이다. 중국 누리꾼 7억명 중 절반이 인터넷소설을 읽는 셈이다. 현재 중국 내 운영되는 인터넷문학 웹사이트는 40여개로, 여기서 제공하는 작품만 1400여종에 달한다. 중국에서는 하루 평균 1억5000만자의 인터넷 소설이 새로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매년 100만종의 인터넷 소설이 쏟아져 나온다.

중국 '인터넷문학플러스' 총회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중국 인터넷소설 작가 수는 850만명까지 늘고, 인터넷문학 시장 규모가 134억 위안(약 2조2000억원)까지 팽창해 전체 중국 문학시장에서 인터넷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22.7%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오늘날 중국에서 인터넷소설 작가의 수입은 이제 일반소설 작가를 뛰어넘은지 오래다. 중국에서 인터넷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게임 등이 잇달아 성공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인터넷작가 부호 1위인 탕자싼샤오. 그의 연간 판권수입만 1억2200만 위안에 달한다. [사진=웨이보]


중국 인터넷소설 작가 중 최고 갑부인 탕자싼샤오(唐家三少). 그는 중국 인터넷작가 부호 순위에서 5년째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벌어들인 판권 수입만 1억2200만 위안(약 202억원)에 달했다. 인터넷작가 부호 순위를 처음 발표한 2012년 당시 탕자싼샤오의 판권 수입은 3300만 위안이었는데, 5년새 네 배 가까이 뛴 것이다. 이는 지난해 중국 일반 작가부호 순위 1위인 아동문학의 대가 정위안제(鄭淵結)의 판권수입인 3000만 위안을 훨씬 웃돈다. 

“문학성이 없다”, “가볍고 저급하다”는 등 인터넷 소설이라면 선입견을 보고 바라봤던 사회적 인식도 차츰 개선되고 있다.

중국 대륙을 뜨겁게 달군 드라마 '환락송'의 원작자인 아나이(阿耐)가 2009년에 쓴 인터넷소설 '대강동거(大江東去)'는 150만자의 장편소설로, 중국 개혁개방의 30여년의 역사를 그린 무게감 있는 작품이다. 인터넷소설로는 최초로 2009년 중국 중앙당선전부에서 정신문명에 기여한 작품에 수여하는 '오개일공정상(五个一工程奖)'도 받았다.

2011년엔 중국 권위있는 문학상 '마오둔 문학상'이 인터넷소설을 응모작으로 받기 시작했다. 또 다른 권위있는 문학상 '루쉰 문학상'도 2011년 후보작품군에 인터넷소설가 원위(文雨)의 작품인 '망서(網逝)'를 포함시켰다. 이는 오늘날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인터넷 폭력을 깊이있게 다룬 소설이다.

인터넷소설 작가 부호 1위인 탕자싼샤오는 지난 2011년 인터넷 작가로는 최초로 중국작가협회 전국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BAT가 꽉 잡은 인터넷소설 시장

오늘날 중국 인터넷소설 시장을 주름잡는 것은 중국 인터넷기업 3인방인 바이두, 알리바바, 그리고 텐센트다.

시장조사업체인 프로스트앤설리반에 따르면 지난해 일일 평균 모바일 활성이용자수로 집계한 중국 5대 인터넷소설회사는 각각 웨원그룹, 장웨(掌閱)그룹, 알리문학, 중원자이셴(中文在線), 그리고 바이두문학이었다. 이중 웨원그룹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이 48.4%로 절반에 육박했다.

웨원그룹의 전신은 2013년 탄생한 텐센트 산하 온라인문학플랫폼인 ‘텐센트문학’이다. 텐센트문학이 2015년 1월 중국 대표 인터넷문학기업인 ‘성다문학(盛大文學)'과 합병하며 웨원그룹이 됐다. 웨원은 중국어로 ‘글을 읽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영문명칭은 '차이나리딩그룹'이다.

웨원그룹은 현재 산하에 텐센트 산하 소설문학 콘텐츠 사업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진장문학성, 치뎬(起點)닷컴, 쑤샹서원(瀟湘書院) 등이 대표적인 웨원그룹 산하 인터넷소설 플랫폼 사이트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작가 640만명, 문학작품 960만개를 보유하고 있다. 월 활성이용자수(MAU)가 1억9200만명으로, 이중 모바일 이용자수가 1억7900만명에 달한다. 현재 중국내 웹문학 작가의 90%가 모두 웨원그룹에 속해 있다. 중국에서 웬만한 인기 있는 웹소설 작품은 거의 다 웨원그룹이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인터넷작가 부호 1~3위인 탕자싼샤오, 톈찬투더우(天蠶土豆), 워츠시훙스(我吃西紅柹) 모두 웨원그룹에 소속된 인터넷작가들이다.

알리바바도 지난 2015년 산하에 알리문학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인터넷 소설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 온라인에서만 400억건 넘는 클릭 수를 자랑한 드라마 '삼생삼세십리도화’가 바로 알리바바의 대표작이다. 알리바바는 온라인에서 인기를 끈 인터넷 소설 원작을 드라마로 리메이크해 대박을 터뜨리는 한편, 영화·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하고, 관련 캐릭터 상품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외에 주목받는 업체로는 '중국판 킨들'로 불리는  전자책 및 온라인출판기업 장웨(掌閱)그룹이다. 2008년 9월 설립된 장웨그룹은 지난 9월 21일 상하이거래소에 상장하며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장웨그룹 주가는 상장하자마자 26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17일까지 주가는 공모가(4.05위안) 대비 13배 넘게 뛴 상태다. 장웨그룹 산하 온라인소설 플랫폼에 등록된 이용자 수는 6억명에 달하며, 보유한 디지털 컨텐츠 작품만 51만권에 달한다. 최근 텐센트를 견제하기 위해 알리바바, 바이두 등과 손잡고 인터넷소설 원작을 상호 공유하는 연맹을 결성하기도 해 주목받았다. 

◆美 할리우드영화, 日 애니, 韓 드라마와 어깨 나란히…

중국 인터넷소설은 이제 전 세계로 뻗어나가며 외국인들이 중국 문화와 중국어를 접하는 창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 인터넷소설이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일본 애니메이션, 한류 드라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4대 문화 기현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중국산업경제망 보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중국 인터넷소설을 번역해 공유하는 사이트는 일본, 한국, 동남아 등 아시아권은 물론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지에서 100여개에 달한다.

대표적인 사이트는 한 미국인이 2014년 12월 개설한 우샤월드(武俠世界, 무협세계)다. 중국 판타지 소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이곳엔 중국 인터넷소설 30여종이 영어로 번역돼 올라와 있다. 누적 클릭건수만 5억건으로, 하루 평균 방문자수가 50만명 이상, 일일 클릭건수가 400만건으로, 북미 지역 독자가 3분의 1이다.  중국 인터넷소설 열혈팬인 미국인 케빈은 최근 중국 국영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인터넷소설에 흠뻑 빠진 덕분에 마약도 끊을 수 있었다고 인터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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