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이 미국의 경제 회복세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장단기 국채 금리 차이를 나타내는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되고 있는 것인데, 경기 침체의 신호인지 전문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미국의 2년물-10년물 국채 금리차는 59bp까지 줄어들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저치다. 이달 들어서만 20bp나 줄었고 올초 대비로는 절반 수준이다. 미국 2년물-30년물 국채 금리차도 98.8bp까지 좁아지면서 2007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00bp 밑으로 떨어졌다.
통상 단기채 금리는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해 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될 때 상승하며, 장기채 금리는 주로 미래의 경기 전망을 반영하여 인플레 및 성장률 기대치가 높을 때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통상 장기채가 단기채에 비해 리스크를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높다.
장단기 금리차를 나타내는 수익률 곡선은 장단기 국채 금리차가 축소되면 모양이 평탄해지고, 금리차가 역전되면 뒤집힌다. 곡선이 평평해지다 뒤집히면 경기침체의 확실한 전조가 된다는 게 시장에서는 정설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자료는 지난 50년 동안 7차례 수익률 곡선 역전이 나타났는데 어김없이 경기 침체가 뒤따랐음을 보여준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이 대표적인 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롬바드 스트리트 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수익률 곡선의 역전은 분명한 경기 침체의 신호"라면서 "내년에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들은 1994년 연준이 예고 없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전 세계 채권 가격이 폭락했던 현상인 ‘채권 대학살’이 반복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처럼 채권시장이 경고음을 울리자 일각에서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계속 이어가야 하느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연준은 오는 12월 12~13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1.00~1.25%에서 한 차례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연준이 네 차례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AB글로벌의 조셉 카슨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 기고를 통해 과거와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수익률 평탄화의 배경을 경제 펀더멘털보다 기술적 요인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부양책에 따른 저인플레 환경이 향후 성장률이나 인플레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떨어뜨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률 곡선이 경제에 보내는 신호는 과거처럼 믿을만 하지 못하며 금융시장에 미치는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널 애널리스트 역시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는 경제보다는 수급과 더 관련이 깊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수익률 커브가 경제에 암시하는 것은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 "미 재무부는 국채 2년물과 5년물 채권을 더 발행한다고 말해왔고 이 때문에 단기채 금리가 오른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21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35%까지 내린 것은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면서 "연말까지 2.5~2.75%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미국 경제 상황이 건전하고 내년에도 견조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다만 감세가 잘못된 시기에 나올 경우 경기를 과열시킬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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