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솥아! 솥아! 애초 돌로 태어난 지는 얼마이며, 장인이 깎아 그릇으로 만들어 인가에서 사용된 지는 또 얼마이며, 땅 속에 묻혀 있으면서 세상에 쓰이지 못한 것은 또 얼마인가. 이제 오늘 내 것이 되었구나(鐺乎鐺乎 與天作石者幾年 巧匠斲而器之 爲人家用者又幾年 埋在土中 不見用於世者又幾年而今爲吾所得)."
권필은 임진왜란 당시 "버려두면 돌이요, 쓰면 그릇이다(捨則石 用則器)"라는 짧은 명(銘)을 지었다. 언젠가는 현명한 임금이 자신을 알아보고 유용하게 써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지은 것이다. 권필은 이로부터 6년 뒤 중국 사신이 왔을 때, 백의(白衣)로 제술관(製述官)이 되어 양국의 이름난 문사(文士)들 사이에서 문재(文才)를 한껏 발휘하였다. 돌이 아니라 그릇이 된 것이다.
돌이 되느냐 그릇이 되느냐 하는 문제는 자원(資源)에도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버려지는 쓰레기는 그 양이 엄청나며 종류도 다양하다. 단적인 예로 비가 올 때 사용하는 일회용 비닐우산 커버는 무심코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데, 연간 소비량이 약 1억장이고 썩는 데에만 100년 이상이 걸린다. 이렇게 버려지는 쓰레기는 지구를 황폐화시키는 등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며 재활용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했다.
능력이든 자원이든 버려두면 돌이요, 쓰면 유용한 그릇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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