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종진 문화재청장 "지역발전 걸림돌 되지 않도록 문화재 보존·개발 조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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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기자
입력 2017-1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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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문화재청장은 "문화재가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보존과 개발의 조화를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여기까지 올라오게 된 건 주변에서 많이 관심을 갖고 배려해주신 덕이라고 생각하고 좀 더 잘하라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

'높은 자리'에 앉게 된 사람들이 으레 하는 말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김종진 문화재청장(61)의 취임 소감은 몸에 밴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김 청장은 지난 8월 제9대 문화재청장에 임명됐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지방직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1981년 7급 공채로 문화재청에 발을 들인 그에게 뭇사람들은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칭호를 갖다 붙이기에 바빴다. 말단 공무원이 정부부처 수장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될 사람이 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화재에 대한 그의 애정과 지식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청장을 임명할 당시 청와대 관계자도 "문화재청 업무와 내부 사정에 능통하며, 주경야독으로 체득한 문화재에 대한 깊은 식견과 뛰어난 업무 추진력으로 새 정부의 문화재 정책과 행정을 혁신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취임 후 3달여가 지났다. 조직 파악과 업무 숙달에도 빠듯한 시간이었겠지만, 그의 앞엔 울산 반구대 암각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증도가자 진위 논란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경상도로 전라도로, 하루가 멀다 하고 전국을 누비는 그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어렵게 만났다.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문화재청장

김 청장은 2014년 본청 차장(1급)으로 일한 것을 끝으로 문화재청을 떠났다. 이런 경우 보통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그의 '컴백'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그는 "국민들의 문화재 눈높이가 많이 높아졌다는 것을 느꼈다"며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입을 뗐다. 그가 생각하는 대국민 서비스는 단순한 행정력 제고가 아니라, 공무원으로서의 자세 변화를 뜻한다. 진정성 있는 민원 처리는 기본이고, 더 나아가 문화재 지킴이, 수리 전문가 등 각 분야의 목소리를 잘 듣겠다는 것이다. 그는 "문화재가 각광받는 분야는 아니지만, 그 의미와 가치는 매우 소중하다. 그렇기에 힘이 들더라도 더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소통의 확대'였다. 좋은 방향이지만, 전임자들의 초기 행보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의 소통은 어떤 차별점을 지니는 걸까. 김 청장은 "역지사지 입장으로 문화재 수리·기능자들의 얘기를 들으려 한다. 이는 말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들의 뜻을 직간접적으로 반영하고 그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현장 지원'이다. 그가 이를 통해 꾀하는 것은 지역 자산에 대한 긍지·동기 부여이다. 또 그는 "대외적인 소통뿐만이 아니라 문화재청, 소속·관계 기관 등의 직원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려 한다"고 덧붙였다. 

김 청장이 유독 현장에 애정을 갖고 많은 발품을 파는 것도 비슷한 배경이다. 그는 "각 지역에서 문화재 보존과 활용에 대한 의지를 많이 지니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며 "문화재를 통한 정체성 찾기, 지역발전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의지, 콘텐츠 발굴에 대한 아이디어 등은 제대로 된 지역재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치른 국정감사, 첫 '큰일'을 마친 소감이 어떨까. 다른 부처에 비해 그래도 심각한 지적을 받진 않았지만 그는 "부족한 게 많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문화재 행정의 근본인 보존관리부터 문화재 안전, 발굴조사 후 보존유적 관리까지 아직도 문화재청의 기본이 부족하고, 문화재 활용방안, 문화재 소유자와의 소통, 국가에 의한 문화재 직접 관리 등도 손볼 데가 많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기 초반에 받은 지적은 오히려 약이 될 터, 그는 "우선적 정비가 시급한 문화재는 조속히 조치하고 중·장기적으로 풀어나갈 과제들은 관련 계획을 수립하는 등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가며 국민들의 공감을 사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현 정부의 국정 최우선 과제는 '좋은 일자리 창출'이다. 얼핏 생각하면 문화재청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게 아닐까 싶지만 김 청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며 허리를 곧추세웠다. 그는 "문화재 대표 일자리 사업인 문화재 돌봄원과 재난관리원의 확대 채용은 물론이고 문화재 활용 기획가, 교육가, 문화재 창업 기획가 등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조사하고 있다"며 "문화재 수리업 제도 개선, 문화재 활용의 법적 근거 마련 등 문화재 분야의 신규 일자리 창출과 시장성 확보 등을 위해 관련 정책과 제도를 일자리 중심으로 전면 재설계하는 준비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주민, 관광객 상생할 수 있는 문화재 활용사업 필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7월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문화재 분야에선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사업'이 단연 주목을 끌었다. 가야는 500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 고대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과 문헌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크게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호남 4개 광역 지방자치단체는 3조원에 이르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고, 곧바로 과잉경쟁에 따른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문화재청이 이른바 '가야사 복원 사업'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 청장은 "고증과 실체 규명을 위한 기초자료 확충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예정인데, 최근 성과를 보면 가야 세력이 영남뿐만 아니라 호남 동부지역까지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호남 가야문화권 지역에 대한 기초현황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중장기 조사연구계획을 2018년에 수립할 계획이다. 유적 정비는 충분한 고증과 연구를 바탕으로 할 계획인데, 현재 관련 TF를 구성했으며 학계 등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지자체 단체들과 유기적으로 협의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시도지정문화재 지정을 확대하면서 비지정문화재 관리 지원도 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2일 대전고등법원은 풍납토성 내 ㈜삼표산업이 제기한 '서울 풍납동 토성' 복원·정비사업의 사업인정고시취소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동 사업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해 복원 정비 사업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전망이 나왔다. 문화재청은 풍납토성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해 2002년 기본방향을 정한 데 이어 2009년 '풍납토성 보존관리 및 활용 기본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성벽구간과 왕궁지로 추정되는 핵심지역은 보존관리에 집중하고, 그 외 지역은 주민 거주지역으로 구분해 문화재와 주민이 상생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김 청장은 "앞으로 삼표 측의 대법원 항고가 예상되므로, 이에 대해 2심 판결을 토대로 적절히 대응할 계획"이라며 "만약 승소할 경우 삼표산업 부지에 대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토지수용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문화재의 적극적 활용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등을 강조한다. 이는 결국 '관광'으로 귀결될 수 있는데, 이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그는 이에 대해 "문화재 보존과 관광자원화 등을 통한 활용·교육은 상호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문화재의 지속가능한 보존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며 "최근 문화재 야행 등 성공한 활용 사례는 문화재의 가치를 잘 보존해 이를 흥미로운 콘텐츠로 잘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문화재가 잘 보존되고 관련된 흥미로운 스토리가 융합되었을 때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그는 "문화재 보존에는 지역주민들이 문화재의 가치를 이해하고 보존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문화재가 지역의 문화자원으로서 활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재를 지역경제에도 도움되고 주민들이 언제든지 가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켜야 하며,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보존과 개발의 조화점 모색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청장은 유산과 지역주민, 관광객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활용사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문화재-문화시설-지역상권을 한데 묶은 '문화재야행' 같은 활용사업이다. 그는 "내외국인 관광객의 문화재 방문을 유도하고 이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진 문화재청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문화재도 전문성·융복합 시대···"젊은 감각 펼쳐야" 

'적폐청산'이 시대의 화두가 됐다. 굳이 이런 표현이 아니더라도, 문화재계에도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을 터. 김 청장은 △문화재 수리 △문화재 안전관리 △발굴조사 후 보존조치된 유적의 관리 △도난문화재 회수대책 등 네 가지를 꼽았다. 그는 "2014년부터 지속 책임감리제, 하도급 적정성 심사제, 문화재수리업 실적관리제도 도입 등 제도개선을 했고,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대여 및 부실수리에 대한 단호한 대처로 수리시장이 투명하게 개선되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번에 국회에서 제기된 벽화 보존처리 등 보존과학 분야와 동산문화재 수리 분야에 있어 미흡한 측면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IoT(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을 문화재에 적용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문화재 환경을 조성해 나가고, 발굴조사 후 학술적 가치가 높아 보존조치한 유적이 국민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어 앞으로 관련 예산의 확보와 제도 개선 마련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매년 약 10여건의 문화재가 도난되고 있는 실정에 대해서는 "절도 후 장기간 은닉된 후 은밀하게 유통되므로 회수에 어려움이 있는데, 문화재 다량 보관 장소에 CCTV 등 방범시설을 설치하고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정보공유, 공조수사 등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마지막으로 문화재에 관심을 갖고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이제 우리 문화재 분야도 높은 전문성에 기반한 보존과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 활용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문화재 조사‧수리‧복원 등 보존의 영역에서 새로운 기술과 인접학문들을 접목해 그 전문성을 높여나가고, 공연‧전시‧축제 기획, 관광 등 문화재 관련 활용 분야에서 젊은 감각을 펼쳐주길 바랍니다. 자기가 좋아서 뭔가를 열심히 하는 문화재 기능인들이 부러웠던 적도 많았습니다. 전문성을 쌓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반드시 결과로 나타납니다."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전북 김제 출생(1956년) △전주고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문화체육부 국립중앙박물관 섭외교육과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원회 파견 △문화재청 문화유산국 기념물·사적·무형문화재과장 △문화재청 재정·기획조정관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문화재청 차장 △충남문화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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