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에 대한 버블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가상화폐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가상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 거래는 오히려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을 키우고자 하는 회사나 스타트업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도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제전문매체 포브스는 2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방코르 재단은 최근 3시간 만에 ICO로 1억 5300만 달러(약 1661억 5800만 원)를 모금했고 이더리움 플랫폼 스타트업인 스테이터스는 1억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며 "2017년은 성공적인 ICO의 한 해"라고 평가했다.
ICO는 암호화한 화폐를 활용해 투자금을 모집한 뒤 해당 화폐를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행 기업공개(IPO)와 같이 중간 역할의 증권사가 필요하지 않다. 발행 기업이 배당이나 이자를 지급할 필요도 없다. 빠르고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ICO로 자금을 조달한 인터넷 관련 기업의 자금 조달액은 지난 5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6월 이후에는 기존 벤처캐피탈(VC) 수준을 웃돌았다. 9월에는 8억 달러에 달하면서 현금 조달액의 2.6배를 넘어섰다. 비트코인 정보업체 코인데스크도 ICO 투자 규모가 연내 최대 25억 달러(약 2조 8170억 원) 시장으로 확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가상화폐 특성상 투자 위험성이 적지 않은 만큼 'ICO 버블'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자 보호 정책이 없어 사기 등의 피해를 보상할 길이 없다. 자금 세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과 한국은 물론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ICO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이유다.
시장에서는 가상화폐의 토대가 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ICO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록체인이 기존 가상화폐 외에도 금융과 부동산, 의료 부분 등에서 폭넓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블록체인 기반의 유통 기술이 확대되면 ICO가 기업 육성 방식의 하나로자리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블록체인은 가상화폐 거래에서 해킹을 막는 기술로, 관련 거래 내역을 모든 사용자에게 공개하는 게 핵심이다. 네트워크 내 다수 참가자가 승인한 경우에만 편집이 가능한 데이터베이스 형태여서 보안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보도를 통해 "지난 1994년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닷컴은 닷컴버블의 어려움을 버티고 거대 유통 기업으로 자리잡았다"며 "ICO 방식이 버블 우려를 딛고 '제2의 아마존'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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