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방중 숙제 만만치 않다…'사드 계산서' 받아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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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7-11-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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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사드갈등 지렛대로 이익 극대화 전략 구사

  • 일대일로·RCEP 등 관련 한국 적극적 협조 주문

  • 習 역점사업, 韓 앞세워 美 견제 노림수 분석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국 외교부]


중국이 한국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관련 갈등을 지렛대 삼아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드 보복 철회를 대가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핵심 국정과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주문하는 식이다.

이같은 기조는 다음달 열릴 문재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때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돼 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3일 중국 외교부는 전날 이뤄진 한·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전하며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체결 등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3불(不)'의 철저한 이행을 촉구했다는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공동의 노력과 이해로 불일치를 최소화해 양국 관계를 전면적으로 회복할 필요가 있다"며 "수교 25주년을 맞아 고위층 간의 교류를 계기로 미래 양국 관계의 전략적 발전 계획을 수립하자"고 제안했다.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사드 문제 해결을 내건 셈이다.

하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사드 보복 철회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언급이 없었다.

다음 달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하기 전 삼성·LG가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 배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한국행 비자 발급 중단 등 조치의 해제를 바라는 한국 정부의 애를 태우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왕 부장은 "(한국이) 일대일로에 대한 전략적 협력과 실무 합작, 역내 경제 일체화 방면의 협조를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일대일로는 지난달 열린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중국 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 삽입된 시 주석의 역점 사업이다. 중국을 시발점으로 중앙아시아, 중동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육로와 해로로 연결해 경제 번영을 꾀하자는 프로젝트다.

당초 한국은 배제돼 있었지만 지난달 31일 양국이 관계 정상화 성명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프로젝트에 참여키로 한 상태다.

RCEP는 시 주석이 제안하고 아시아 16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힌 역내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일본과 손잡고 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경제규모가 큰 한국이 일대일로와 RCEP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경우 두 프로젝트의 위상이 높아지는 동시에 미국에 한·중 관계의 긴밀함을 과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중국의 판단이다.

한국 정부는 다음달 개최될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테이블에 사드 문제가 또 다시 오르는 걸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드 언급을 최소화하고 보복 조치 철회와 관련해 가시적인 성과물을 얻는 대가로 중국 측 요구사항을 적극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수샤오후이(蘇曉暉) 중국국제문제연구원 부소장은 "한·중 양국이 경제·사회적 진보를 촉진하고 역내 평화와 번영을 실현하는 것은 모두에게 이익"이라며 "두 나라의 원만한 관계는 역사와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만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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