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망 중립성' 철폐, IT공룡 패권에 제동... 방송·통신 융합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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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기자
입력 2017-11-2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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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통신업체 등 망 제공사업자(ISP)에게 모든 콘텐츠를 차별 없이 취급하도록 규정한 ‘망 중립성’ 원칙을 철폐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전 세계 인터넷 시장에 후폭풍이 거세게 불 것으로 전망된다. 압도적인 데이터를 수집해 인터넷 시장에서 패권을 쥐고 있던 IT공룡들의 성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망 중립성’을 철폐하면 통신사가 그동안 망 설비투자에 소요했던 비용을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다.

FCC가 공개한 ‘망 중립성’ 철폐 최종안은 과부하가 우려되는 대용량 콘텐츠에 대해 통신사가 속도를 느리게 하거나 차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글과 페이스북 등 콘텐츠 사업자는 망 제공사업자의 인터넷망 사용시 속도를 제한받거나, 거액의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아짓 파이 위원장(사진 가운데). (사진제공= FCC)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콘텐츠 사업자들은 이번 FCC의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페이스북은 “인터넷은 모든 사람에게 오픈되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넷플릭스, 구글, 아마존이 구성한 인터넷협회는 "망 제공자가 그 지위를 이용해 웹사이트와 앱 접속을 차별하면 안된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콘텐츠 사업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망 투자비용 부담이지만, 콘텐츠의 내용에 따라 망사용 여부가 거부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콘텐츠 내용에 따라 망 사용이 제한될 경우, 통신사가 막강한 콘텐츠 유통 재량권을 갖게 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 내 인터넷 망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는 구글 유튜브와 페이스북 동영상, 넷플릭스 등 IT공룡들이 생성한 것이 대부분이다. 콘텐츠 데이터량 제한 없이 망이 사용되다보니 통신사는 콘텐츠 사업자들의 덤 파이프(Dumb Pipe)로 전락했다. 

IT업계 관계자는 "FCC는 그동안 통신사가 부담해 온 망 설비투자를 수요자인 콘텐츠 사업자에게도 부담시켜 통신사 회선 유지와 5G 투자로 연결시키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망 중립성' 철폐로 날개를 단 통신사들은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미국에서 인터넷 망을 제공하는 케이블TV 업체들이 당장 넷플릭스 동영상 전송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만약 넷플릭스가 수수료 지불을 거부할 경우 이론적으로는 동영상 전송을 차단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망 중립성'이 철폐되면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통신사가 자체 콘텐츠를 제작해 기존 콘텐츠 사업자의 콘텐츠 전송 속도를 낮추게 되면 충분히 차별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컨대 통신사 AT&T가 타임워너를 인수합병(M&A)해 넷플릭스 콘텐츠의 전송 속도를 낮추면, 넷플릭스 가입자 중 타임워너로 옮겨가는 고객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의 ‘망 중립성’ 정책은 200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등장한 전형적인 정치 이슈다. 이번 FCC 발표는 2년 전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결정한 사안을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번복한 것으로,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다시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아짓 파이 신임 FCC 위원장은 오바마 정권이 통신사의 규제를 강화해 통신 인프라 투자가 축소됐다고 주장하는 등 오바마 정권의 통신정책을 비난해 왔던 대표적인 인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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