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하의 콘서트는 가고 싶어졌어요. 노래는 참 좋았는데...”(관람객 A씨)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연출 노우성)를 보고 나온 한 관객의 감상평이다. 기자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록과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 음악은 훌륭했다. 주인공 에드거 앨런 포 역을 소화한 배우 정동하의 실력도 나무랄 데 없었다. 하지만 부족한 배경설명과 갑작스러운 전개는 작품을 이해하는 데 아쉬움을 남겼다.
'에드거 앨런 포'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가난과 신경 쇠약 속에 불우한 삶을 살았던 에드거 앨런 포의 일생과 그를 시기한 목사이자 비평가 그리스월드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2009년 포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독일에서 초연된 작품은 뮤지컬 ‘겜블러’ ‘댄싱 섀도우’ 등으로 알려진 작곡가 에릭 울프슨의 유작이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초연했다.
극의 전체적인 구성은 관객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주인공과 그를 시기하는 경쟁자, 사랑하는 여인까지 완벽한 요소다. 다만, 한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이 갖춰야 할 주인공에 대한 집중은 부족했다. ‘천재 시인’으로 평가 받는 포의 천재성은 느낄 수 없었고, 당시 미국 주류 문학계와 부딪혔던 그의 고뇌는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리스월드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돋보였던 것도 아니다. 그리스월드는 내레이션 역할과 함께 포를 질투하며 극 전체를 이끌어가지만 거기까지다. 맹목적으로 포의 인생을 훼방한다. 문학계의 경쟁자라지만 그것 하나만으론 그리스월드의 무조건적인 공격이 납득되지 않는다.
여성 캐릭터들의 존재감도 아쉬웠다. 포는 엘마이라와 첫사랑에 빠지고 사촌동생 버지니아와 결혼하기에 이르는데 아무 개연성이 없다. 관객이 추리를 통해 짐작해야 하는 부분이라면 그 의도는 성공인지도 모르겠다.
배우들의 가창력은 흠 잡을 데 없었다. 고음이 필요한 ‘매의 날개’ 극의 마지막을 장식한 ‘영원’은 정동하의 매력을 감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스월드 역의 배우 정상윤도 정동하와 대비되는 음색으로 극의 다채로움을 더했다.
포의 죽음을 검은 고양이에서 모티브 한 시도와 배우들이 자부했던 ‘강렬하면서도 아름답고 완성도 높은 음악’은 신선했지만, 이야기의 당위성을 찾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았다. 공연은 2018년 2월 4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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