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유방암센터의 유방암통합진료클리닉(재발클리닉)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유방암이 다시 발생한 환자에게 제시할 치료법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유방외과·종양내과·병리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핵의학과 6개 과목 전문의들이 환자 상태를 찍은 영상 자료를 보면서 환자별 상태를 확인하고, 가장 적합한 치료법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국내 첫 ‘통합진료’ 도입…최적치료에 만족도↑
서울아산병원은 2006년 7월 국내 처음으로 암환자 ‘통합진료’ 제도를 도입했다. 협진 진료에 대한 수가(의료서비스 대가)가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이다. 암 진단부터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을 담당하는 암치료 전문의들을 꼼꼼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맞춤 치료법을 제공한다.
공경엽 병리과 교수는 “암환자 치료에 통합진료가 꼭 필요하다는 의료진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면서 “수가와 상관 없이 순수한 열정으로 통합진료를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유방암센터는 유방외과를 비롯해 종양내과·성형외과·재활의학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핵의학과·병리과 전문의와 전문간호사가 긴밀하게 협진해 환자를 치료한다.
이용 환자의 만족도는 상당하다. 손병호 유방외과 교수는 “통합진료 도입 후 맞춤형 치료 계획을 신속하게 제시하다 보니 환자 만족도가 크게 상승했다”라고 말했다.
병원에 지난해 통합진료를 받은 환자와 보호자 2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진료 만족도가 97%이 달했다. 의료진 협동성과 진료 신뢰도도 96%로 높게 나타났다. 신속한 진료에 대한 만족도 역시 96%를 기록했다.
의료진 역시 호응을 보내고 있다. 안진희 종양내과 교수는 “유방암센터는 클리닉에 따라 4~6개 과목 전문의들이 협진을 한다”고 소개한 뒤 “이런 통합진료는 환자 상태를 진단하고 최적의 진료법을 결정하는 데 매우 유용한 제도”라고 말했다.
◆환자 맞춤형 전문·특화클리닉 운영
서울아산병원 유방암센터의 또 다른 특징은 환자 상태와 상황에 따라 세분화한 클리닉이다. 통합진료클리닉과 함께 △젊은유방암클리닉 △유전성유방암통합진료 △유방암수술전항암요법클리닉 △유방암평생건강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35세 이하 유방암 환자 진료를 맡는 젊은유방암클리닉은 통합진료와 스트레스클리닉으로 다시 한번 나뉜다. 통합진료클리닉에선 일반적인 유방암 협진과 함께 임신과 출산, 불임 같은 산부인과적 문제를 상담·치료해준다. 아이를 건강하게 임신하고 출산할 수 있는 가임력 보존도 주된 진료 가운데 하나다.
유방암은 갑상샘암에 이어 우리나라 여성에게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지만 연령이 낮을수록 상실감과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재발률이 높은 것도 문제다. 한국유방암학회의 ‘2016 유방암 백서’를 보면 매년 2만명이 넘는 여성이 유방암 진단을 받는데, 환자 중 20~30%가 재발해 다시 병원을 찾는다. 스트레스클리닉은 유방암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재발의 두려움에 떠는 젊은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상담·관리한다.
수술전항암요법클리닉은 수술에 앞서 항암요법이 필요한 유방암 환자 진료를 맡는다. 수술 전 치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이해도를 높이고, 가장 적합한 치료 계획도 제시한다. 평생건강클리닉은 수술과 항암치료 등을 모두 끝낸 환자를 관리하는 곳이다. 치료를 마친 환자를 주기적으로 관찰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실시해 재발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잘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유방암 수술 3만건 돌파…유방보존율도 껑충
수준 높은 진료 체계와 서비스가 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많은 유방암 환자가 이곳을 찾고 있다. 최근 단일 의료기관으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방암 수술 3만사례를 달성했다. 수술 결과도 좋다. 지난 10년간 이 병원을 다녀간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2% 이상을 기록했다.
수술 전 암 크기를 줄이는 항암치료 등의 우수한 치료법을 선보인 덕에 유방을 그대로 보존한 환자 비율도 껑충 뛰었다. 1995년만해도 서울아산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유방암 환자 10명 중 1명이 ‘유방보존술(부분절제술)’을 받았지만, 2014년에는 3명 가운데 2명으로 비율이 달라졌다. 유방보존술은 몸속에 있는 암 덩어리만 떼어내고 남은 가슴은 보존하는 수술법이다.
유방 전체를 잘라내야 하는 나머지 3명 중 1명에서도 수술과 동시에 보형물 등으로 유방 형태를 복원해주는 수술인 ‘동시복원술’ 사례가 늘었다. 또한 이전에는 동시복원수술을 받더라도 환자 자신의 피부를 보존하는 데 그쳤지만, 지금은 피부와 유두까지 보존하는 경우가 60%를 넘어섰다.
유방암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안세현 소장(유방외과 교수)은 “유방암을 앓는 여성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꾸준히 고민해온 결과 여성 상징인 가슴을 지켜낸 환자 비율이 10명 중 8명꼴로 크게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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