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장인(匠人)정신'이 유명하다. 일본 전통 과자인 '화과자'의 경우 200년이 넘은 전통기업만 5곳이다. 그 5곳의 전통만 합쳐도 무려 1000년이다.
장인정신이란 소임에 정통하려는 정신이다. 일본은 이러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났고, '메이드 인 재팬'이라는 원산지 표기는 곧 그 제품의 품질 보증서가 됐다.
렉서스에는 '다쿠미'가 있다. 일본어로 '솜씨가 좋다'는 뜻이며 장인을 일컫기도 한다.
렉서스가 다쿠미를 만드는 이유는 각 분야의 정점을 자동차 한 대에 모으기 위해서다. 가죽 다쿠미, 페인트 다쿠미, 주행 다쿠미 등 분야는 다양하나 '공통점'이 있다. 25년 이상 숙련 기간이 필요하며, '고양이 접기'라는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이는 한 손을 이용해 종이를 90초 안에 고양이 형태로 접어내는 시험이다. 기술 장인의 고도로 세심한 감각적 능숙도를 확인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러한 다쿠미들의 세심한 '손맛'이 렉서스의 SUV RX 모델에 집결했다. RX 모델은 렉서스 전체 판매량의 30%를 차지하는 주력 차량이다. 1998년 글로벌 시장에 처음 선보였으며 국내에는 브랜드 론칭과 함께 2001년 1월 RX300을 내놨다.
지난해에는 풀 모델 체인지를 통해 2016 4세대 RX를 선보였다. 하이브리드 RX450h와 3500cc V6 엔진이 탑재된 RX350 2종이다. 기존 RX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과감해진 외관과 강력해진 주행 능력 등이 특징으로 꼽힌다. 현재까지 RX모델 누적 판매대수는 국내 8882대, 글로벌 기준은 226만대다.
이러한 평가 뒤에는 다쿠미들의 노력이 곳곳에 숨어 있다.
총괄을 맡은 것은 3세대 RX의 치프 엔지니어 가쓰다 다카유키다. 1985년 입사해 30년 넘게 도요타에 몸담고 있는 자동차 전문가다.
다카유키는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가 앞다퉈 진출하면서 프리미엄 SUV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도 "RX처럼 럭셔리와 정숙성을 중시한 경우는 없고, 그만큼 신형 RX를 한층 더 좋은 차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4세대 RX는 3세대의 플랫폼을 물려받으면서도 세부 사항 개선에 심혈을 기울였다. 일례로 차체 앞부분 설계의 경우, 엔진을 중심에 놓고 전체를 감싸는 방식으로 개편해 한층 운전이 수월하다.
디자인에도 남다른 공을 들였다. 디자인 팀은 렉서스 신형 RX의 실내를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이도록 제작했다. 일례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나무와 금속을 짜맞춰 수를 놓아 고전미를 살리면서도 갈색과 검정색 가죽을 대조시켜 클래식한 느낌도 냈다.
또한 가로형 대시보드를 계단식으로 구성하거나 페달을 오르간 식으로 바꾸고 운전자세를 세단과 비슷하게 다듬는 등 기능적인 편안함도 고려했다.
운전의 손맛은 어떨까. 이는 렉서스 마이스터인 오자키 슈이치와 이토 요시아키가 장담했다. 렉서스 마이스터는 렉서스 전 차종의 개발에 참여하며 브랜드 정체성과 통합성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슈이치와 요시아키는 각각 제1차량시험과 상품감사실의 다쿠미이기도 하다. 이들은 가쓰다 치프 엔지니어와 협력하며 기존 3세대 RX의 '그저 부드러운 차'라는 관념을 뛰어넘기 위해 분발했다. 이를 위해 서스펜션의 균형을 중시하면서 출발할 때 움직임에 많은 노력을 쏟았다.
가쓰다 다카유키는 "신형 RX 개발과정에서는 결코 타협이 없었다"면서 "고객이 기대하고 만족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었으니 꼭 타보시고 소감을 이야기해달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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