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부동산 임대업자의 대출 문턱이 한층 높아진다. 정부가 임대업을 통해 거두는 연간 임대소득이 연간 대출이자보다 낮을 경우 대출 한도를 낮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다주택자는 물론 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임대사업자 대출을 압박하는 내용의 총량 규제 제도를 도입했다. 이로써 사실상 부동산 임대시장의 전방위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자산가 계층에 비해 대출 비중이 높은 서민 중장년층의 타격도 배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26일 '금융회사 여신회사 선진화 방안' 발표를 통해 부동산 임대업자가 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비용 대비 임대소득이 얼마나 높은지를 판단하는 지표인 '이자상환비율(RTI: Rent to Interest)'을 새롭게 도입했다.
RTI가 높다면 임대사업성도 좋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지표가 1을 넘지 못한다면 임대소득으로 발생하는 이자를 갚지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
정부가 제시한 대출 적정 수준은 주택의 경우 RTI 1.25배, 비주택의 경우 RTI 1.5배 이상이다. 사실상 임대소득이 고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추기 위해 대출 총 규모를 줄이거나 이자비용이 낮게 발생하는 대출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임대업자 대출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동산 임대업자 대출의 일부 분할상환 제도도 의무화된다. 정부는 앞으로 부동산의 유효담보가액을 초과해 부동산임대업 대출을 받는 경우, 유효담보가액 초과분을 매년 10분의1씩 분할상환토록 했다.
이와 관련, 손병두 금융위 사무처장은 "RTI 도입과 분할상환 의무화로 임대업 쏠림 위험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정부가 사실상 부동산 임대업 대출을 직접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지만 오히려 애꿎은 서민층의 타격만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은 "대부분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지렛대 효과 극대화를 위해 대출 비중을 높이는 투자가 일반적이었다"며 "하지만 대출 규모가 축소되면 이런 투자 패턴이 사라져 수요 자체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상가, 꼬마빌딩 등 소형 수익형 부동산을 통해 미래 소득을 얻으려 하는 중장년 서민층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사실상 고정 값인 임대수익이 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수익이 잘 나오는 소형 상가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주택뿐만 아닌 상업용 부동산의 대출까지 옥죄면서 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흘러나온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정부의 대출 강화 정책이 거듭되면서 주택 시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더욱 빠르게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예컨대 강남권의 경우 입성을 원하는 대기 수요는 많은데 대출 규제로 단지 희소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자산가 계층이 오히려 상대적 이익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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