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고령의 김말숙(62세) 할머니는 얼마 전 정형외과 수술을 받았다. 불편한 고령의 몸을 이끌고 수술 예후를 살피는 10분 정도의 진료를 받기 위해 왕복 6시간이나 걸리는 도시의 큰 병원까지 오가는 일이 아주 고생스럽다. 하지만 원격 진료를 이용한 초음파 진단 기술이 개발됐다는 희소식을 들었다. 김 할머니는 멀리있는 큰 병원을 갈 필요없이 근처 동네 병원에서도 편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도서 산간과 군부대, 원양어선 등 의료 소외지 거주자를 위한 초음파 의료 영상 진단 로봇시스템이 개발됐다. 공간적 제약없이 초음파 영상을 실시간으로 주고 받을 수 있어 그간 제한적이었던 응급 의료 상황에 발 빠른 대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기계연구원 대구융합기술연구센터 의료기계연구실 서준호 박사 연구팀은 원격 의료 영상 진단 로봇시스템인 'RADIUS(Robot-Assisted Diagnostic Imaging for UltraSound·래디어스)'를 개발했다.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로 작으면서 의사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그대로 구현한 기술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그간 의료 소외지 환자를 위한 원격의료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으나 주로 화상통신을 통한 상담이나 문진만이 가능했다. 서 박사팀이 이번에 개발한 래디어스는 로봇기술과 ICT 기술을 융합한 시스템으로, 영상 전문의가 사용하는 '마스터 로봇'과 환자가 쓰는 '슬레이브 로봇'으로 구성됐다.
예컨대 서울에 있는 전문 병원의 초음파 진단전문의가 마스터 로봇의 초음파 진단 기구를 평소와 같이 움직이면 대구 산간지역의 환자 위에 놓인 슬레이브 로봇이 프로브를 똑같이 움직이면서 초음파 영상을 얻어내고, 화면에 실시간으로 그 영상이 전송되는 방식이다.
서 박사팀은 마스터 로봇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슬레이브 로봇이 민첩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회전 구동기를 기반으로 한 병렬 로봇을 만들었다. 또 도심지의 의사가 손에 쥐고 진단하는 도구 '프로브'를 360도 회전시키기 위해서 골격 중간에 관절을 하나 추가했다.
특히 기존 초음파 영상장비와 결합이 쉽고, 의료 소외지로의 이동이 쉽도록 경량화(1.5㎏) 시켰다.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사이즈에서 모든 방향으로의 프로브 움직임 모사(6자유도, 1축회전)가 가능하도록 로봇을 설계했다. 이는 프랑스에서 상용화된 제품(3.5㎏)보다 가볍고, 진단자유도(4자유도)도 발전된 형태이다.
서 박사팀은 울릉보건의료원, 서울 삼성병원, 욱성미디어 등과의 협력을 통해 화상통신과 초음파 영상 진단, 로봇 제어가 가능한 전용 통신 플랫폼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래디어스의 원격 초음파 영상 진단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우선적으로 영양군, 강릉시, 보령시 등에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의료 업계에서는 래디어스가 초음파 영상진단을 통해 다양한 질병을 사전 탐색할 수 있어 의료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래디어스 실용화까지는 정식 의료 기기로 임상 허가를 받는 과정이 남아 있어 약 2~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서 박사는 "래디어스 시스템과 관련된 기술을 국내 특허로 1건 등록했으며, 이외에 국내 특허 1건과 미국 특허 1건을 출원한 상태"라며 "향후 마스터 로봇을 조작하는 전문의에게 슬레이브 로봇과 환자간의 접촉 힘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햅틱' 기술까지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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