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너무 어려웠다. 문제는 내년 역시 장밋빛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아자동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아차는 올해 내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안팎에서 고전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의 판매 부진과 함께 해묵은 '통상임금' 문제는 갈 길 바쁜 기아차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올 한 해 너무 어려웠다"며 "아직 사업계획서도 작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이 올해보다는 조금은 나아지겠지만 경영전략 방향을 보수적으로 잡고 사업계획을 (임원들과)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아차의 올해 판매목표(317만대)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기아차는 올들어 10월까지 국내 42만6021대, 해외 181만6646대 등 총 224만대를 판매했다. 남은 두 달간 50만대씩 판매하는 이변이 있지 않는 한 올해 판매 목표 달성은 물 건너갔다는 얘기다.
내년 글로벌 판매 목표의 하향조정도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기아차의 내년 글로벌 판매 목표가 300만대 수준까지 후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기아차의 글로벌 연간 생산능력은 국내 공장과 중국, 슬로바키아, 미국, 멕시코 등 해외공장을 합쳐 330만대 수준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기아차의 중국 시장 판매가 반토막 나는 등 글로벌 시장 판매가 부진했던 데다 통상임금 패소 악재까지 겹치면서 기아차의 3분기 실적은 1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손실을 제외하더라도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16.7% 급감했다.
다만 이 부회장은 기아차를 둘러싼 악재가 마냥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에 대비해 지역별 자동차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는 "그래도 올해보다는 나아지지 않겠느냐"면서 "중국 등 주요 시장은 물론 신흥시장에서 힘을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아차는 중국에서 '현지 맞춤형' 전략 차종을 내놓으며 판매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중국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등 향후 대당 판매단가가 높은 고수익 RV 차종의 글로벌 판매 비중을 지속 확대하며 수익성을 적극 개선해 나가는 한편 친환경차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북미 시장의 경우 내년 2월까지 권역 본부를 설치해 생산 및 판매는 물론 기획, 상품, 재경, 고객경험, 경영지원 등을 총괄 관리할 방침이다. 현지 시장 변화에 따른 보다 효과적인 공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중남미, 러시아 등 주요 신흥국 경기가 회복세인 만큼 전략 차종을 앞세워 이들 국가에 대한 공략을 보다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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