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이 가진 독특한 매력은 어느 도시와도 견줄 수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산과 강이 있고, 2000년 역사가 있는 서울에 대한 박 시장의 자부심은 대단히 높았다. 박 시장은 하드웨어가 탄탄한 서울 곳곳에 소프트웨어, 즉 사람 중심의 삶의 질이 존중되는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걷기 좋은 도시, 일하기 좋은 도시, 살기 편한 도시', 여기에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가 박 시장이 구상하는 서울의 모습이다.
박 시장이 생각하는 도시재생의 방식도 다양성을 갖추고 시민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구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기존의 전면 철거형 뉴타운 재개발이 비리와 주민 갈등, 철거민이라는 '개발 시대의 그림자'를 남겼다면, 현재 서울시는 주민의 동의와 참여를 기본으로 기존 삶의 터를 최대한 존중하는 지속가능한 주거지 정비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과거에는 도시를 위해 시민들이 희생했다면 지금은 시민을 위한 도시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박 시장의 철학이다.
현재 진행 중인 5개 '도시재생시범사업지역(성수·장위·신촌·암사·상도4동)'을 비롯해 올해 모습을 드러낸 서울로7017, 세운상가(다시세운 프로젝트), 문화비축기지 등은 서울형 도시재생의 가능성과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다. 지난 24일 서울시청 신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박 시장은 "지난 7년은 물방울이 모여 강물을 이루듯, 작지만 소중한 변화들이 차곡차곡 쌓여 '시민 삶의 변화'라는 거대 물줄기를 이룬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 2011년 10월27일 제35대 서울시장으로 취임한 이후 6년이 지났는데, 서울시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나.
“다양한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작년에 외국인 관광객 1350만명이 서울시를 찾아와서, 서울이 세계 7대 관광도시로 우뚝 올라섰다. 세계에서 회의하기 좋은 도시로 연속 3년째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부자 여행객이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 도시 1위가 서울이다. 2위는 두바이다. 이는 서울이 가진 매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은 아름다운 산과 강이 있고, 조선의 궁궐과 한양도성, 적어도 600년 이상 된 역사를 지닌 공간을 갖고 있다. 이 공간에는 오늘날 한류를 이끄는 다양성과 역동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같은 역동적 서울이 가진 매력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것도 서울시가 해야 할 역할이다.”
- 미래 서울은 어떻게 바뀔 것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과거에는 도시를 위해 시민들이 희생했던 시기, 자동차가 도시를 지배했던 시기였다면 지금은 보행 친화, 생태적인 도시, 시민들이 호흡하기 좋은 도시로 바뀌고 있다. 과거 도시의 노후화된 지역은 재건축과 재개발, 뉴타운을 통해 바뀌었다면 이제는 고쳐서 다시 쓸 수 있는 지역으로 도시재생의 패러다임이 변화했다. 사실 하루아침에 된 것은 아니고 5~6년이 지나면서 성과가 나오고 있는 부분이다. '다시 쓰고 고쳐 쓰는' 도시재생이 여러 곳에서 이뤄지면 그만큼 가치를 지닌 도시로 탈바꿈할 것으로 생각한다. 시민들의 삶이 살아 있는 재생은 도시의 가치를 한층 더 높여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서울시가 추구하는 도시재생의 방향에 대해 중앙정부와도 교감하고 있는지.
“지난 9월 국토교통부 제1차관과 서울시 행정2부시장을 공동 단장으로 하는 '서울시-국토부 핵심정책협의 TF'가 발족했다. 현재 도시재생 뉴딜과 광화문광장 조성, 스마트시티, 주거안전망 구축 등 상호 협력이 필요한 주요 정책과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집값 안정화를 위해선 단순히 '투기'를 막는 네거티브보다는 투기를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도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서울시의 도시재생 방식이 '투기'를 막는 예방적 조치라고 생각한다.”
-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도시재생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는데.
“ '다시 세운'은 쓸모를 다한 '과거 공간'도 새로운 가능성의 '미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증명한 상징적 프로젝트이다. 낙후되고 침체된 산업화 유산으로 인식되며 시민 기억에서 멀어졌던 세운상가가 '도시재생'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발신지로서 새 책무를 부여받게 됐다. 덕분에 세운상가는 물론 종로와 중구 일대 상권까지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또한 '다시 세운'은 4차 산업혁명의 기본 원리인 '연결과 융합'의 메카로 볼 수 있다. 수십년의 노하우를 가진 기존 장인들과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의 청년 메이커들이 칸막이 없이 협업하며 지역 통합을 넘어 '세대의 통합'까지 시도하고 있다.”
- 최근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계획안이 마련돼 도심 재구조화의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서울로7017이 보행로로 재생된데 이어 서울역과 남대문시장, 중림동, 서계동, 회현동 일대 총 5개 권역을 아우르는 '서울역 일대 종합 재생계획'이 현실화되면 서울의 보행지도, 관광지도, 경제지도가 완전히 바뀔 것으로 본다. 특히 서울역은 대한민국의 중앙역을 넘어 '유라시아의 중앙역'으로, 서울로7017은 세계로 뻗어가는 '국제적 보행로'로서 위상을 갖추게 될 것이다. 단절됐던 지역은 보행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되고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침체됐던 지역경제에도 자연스럽게 활력이 돌 것으로 본다.”
- 그동안 광화문광장 조성 사업에도 많은 공을 들였는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광화문광장은 지역주민과 생계형 차량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차량중심의 광장을 보행중심의 공간으로 전환하는 게 관건이다. 광화문광장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회복하고 보행 중심 광장으로 개편하기 위해 도로구조 및 교통 측면에서 기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추후 기술검토가 마무리되면 시민과 전문가 의견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정부와 협력해 광화문광장을 명실상부한 시민 소통과 통합의 상징적 공간으로 개편해 나갈 것이다.”
- 서울시내 곳곳에서 지하화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뉴욕의 로라인 랩과 캐나다 몬트리올의 언더그라운드시티, 캐나다 토론토의 패스 등에서 보듯 도로를 지하화하는 대신 지상공간을 확보해 도시의 새로운 기능을 입히는 것은 세계적 트렌드이다. 그동안 도로 공간에 지하상가와 같은 공공 도시계획시설 위주의 개발만 허용됐다면, 앞으로는 민간 주도의 문화, 상업시설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 서울역과 노량진역까지 이르는 철로의 지하화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나.
“국가 기반시설인 철도관련 사항은 정부 차원의 계획 수립과 사업 추진이 이뤄져야 실현이 가능하다. 서울시가 직접 검토한 일은 없다. 일단 유라시아 철도시대를 여는 국제적 관문인 서울역을 중심으로 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서울역에는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라 KTX와 신규광역노선이 지하에 신설될 예정이고, 현재 국토부에서도 서울역에 초점을 맞춘 자체 용역을 추진 중이다. 서울역과 경부철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 결정이 이뤄진다면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적극 협조할 생각이다.”
대담= 김창익 건설부동산부장, 정리= 강영관 건설부동산부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