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복잡하고 번거롭기보다는 간략해야 한다."(허균) "글에서 '매우', '무척' 등의 단어만 빼면 좋은 글이 완성된다."(마크 트웨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글쓰기'에 일가견이 있는 위인들은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무수한 격언을 남겼다. 하지만 범인(凡人)들은 안다. 격언은 격언일 뿐, 첫 문장은커녕 첫 단어도 쓰기 어렵다는 걸.
편집기자에서 글쓰기 강사로 변신, 15년간 국내 최고의 글쓰기 멘토로 활약한 임정섭 글쓰기연구소 소장은 '어른이 왜 어른답게 글을 쓰지 못할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여기서 '어른답게’' 고루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대학에서는 대학생답게 직장에서는 직장인답게 상황에 맞는 글을 써내는 능력, 즉 유연하고 세련된 글쓰기 실력을 일컫는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들 대부분은 어른답게 글 쓰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입시 경쟁과 취업 전쟁에 내몰리는 동안 글쓰기는 따로 특별히 배울 필요가 없는 영역으로 치부된 탓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항상 글쓰기, 더 정확히는 글 ‘잘’ 쓰기를 요구받는다. 입학 원서나 입사지원서의 자기소개서가 인생의 행로를 결정하는 일은 부지기수다. 큰 고비를 넘긴 후에도 일상적인 리포트나 보고서처럼 글쓰기의 부담은 거의 매일 다가온다. '내 글도 나아질 수 있을까?'라는 자문(自問)이 새삼스럽지 않은 이유다.
저자는 이런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 다만,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소설가 캐서린 앤 포터가 "글쓰기도 수습 생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것처럼 체계적인 훈련이 밑바탕을 이루어야 한다.
이 책은 평범한 성인이 매일 읽고 쓰는 실용적인 글을 잘 쓰는 방법을 꼼꼼히 일러준다. 취업의 첫 관문인 자기소개서부터 각종 보고서, 기획서, 안내문, 보도자료, 이메일 등 ‘글로 먹고 살아가는’ 어른들이 꼭 익혀야 할 글쓰기 기술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글쓰기 훈련은 △오답 노트 △이론 학습 △실전 연습 △습관 훈련 등 모두 4단계로 구성된다. 마치 강의를 듣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설명도 눈길을 끌지만, 우리가 쉽게 저지르는 실수가 드러난 글과 해당 오류를 수정한 첨삭문까지 300개에 달하는 예시문도 이 책에서만 접할 수 있는 장점이다.
저자는 "글쓰기가 외국어보다 더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외국어 능력도 중요하지만 직장 내 업무 소통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문서, 즉 글쓰기에 견줄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쭙잖은 자기계발에 공을 들이기보다 자신의 글쓰기 실력을 다듬는 것이 왜 더 중요한지 깨치게 해주는 책이다.
296쪽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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