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28일 혁신성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전 부처 장·차관과 함께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일자리성장·공정경제’와 함께 정부의 ‘네 바퀴 경제론’을 구성하는 핵심축이다.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전 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것은 지난 7월 국가재정전략회의 이후 두 번째다. 정부 정책의 선(先) 순위를 적폐 청산 등 정치에서 경제로 전환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소득주도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에서 벗어나 양 날개 전략을 쓰는 ‘경제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혁신성장을 체감할 선도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며 “개념은 추상적일 수밖에 없지만,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사업을 통해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성패 1순위로 ‘규제개혁’을 꼽았다. 특히 중국의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설립 10년 이하의 스타트업) 가치가 벤처기업 초강대국인 미국을 넘은 이유를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규제혁신 없는 신(新)성장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文대통령 “혁신성장 주역 민간”··· 규제혁신 박차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강조한 것은 △민간과 정부의 역할 분담 △신산업·신기술을 위한 규제혁신 △경제부총리 중심의 부처 간 협업체계 △단기적(정부 결단)·장기적(사회적 대타협) 과제 제시 △국회의 입법·예산 지원 등이었다.
문 대통령은 민간·정부의 역할 분담에 대해 “혁신성장의 주역은 민간이고 중소기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부는 민간의 혁신이 실현되도록 산업 생태계에 대한 규제혁신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혁신성장을 위한 범정부적 역할론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 혁신성장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되, “범정부 차원의 추진이 필요하다. 각 부처와 4차산업혁명위원회·노사정위원회 등이 고유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 협업 체계를 갖춰달라”고 말했다.
특히 규제혁신과 관련해선 “신산업·신기술의 필수요소다”, “낡은 규제·관행이 민간 상상력의 발목을 잡는다”, “속도와 타이밍이 중요하다” 등의 말을 쏟아내며 전 부처를 독려했다.
문 대통령의 강공으로 규제혁신의 물꼬는 트였지만 갈 길은 멀다. 현재 한국 경제 위기론의 본질은 ‘경기 순환적 위기’가 아닌 ‘구조적·복합적 요인’에 기인한다. 정부가 수요 측면의 ‘소득주도성장·일자리성장’과 공급 측면의 ‘혁신성장’ 중 양자택일 대신 쌍끌이 전략으로 가는 이유도 이런 까닭과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이 이날 모두발언 마지막에 강조한 것도 ‘사람에 대한 투자’였다. ‘케인스’와 ‘슘페터’의 충돌이 아닌 상생적 조화 방안 찾기가 우선 과제인 셈이다.
◆혁신성장 띄우기는 성공··· “中 유니콘 주목하라”
전문가들의 혁신성장 성공 키워드는 △민간 자율 △네거티브 규제(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는 한 모든 것을 허용) 도입 △부처 간 파워게임 금지 등으로 요약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국의 유니콘 기업을 주목하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중국의 유니콘 기업이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며 “이는 세금만 잘 내면 규제를 풀어주는 중국 정책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 정보 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유니콘 기업에 포함된 중국 스타트업 21개의 가치는 50조원을 웃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의 유니콘 기업 가치(23개·35조원가량)의 1.5배 수준이다. 중국의 2030세대가 4차 산업혁명 스타트업에 뛰어들 때, 우리 2030세대는 ‘카페 창업’에 뛰어드는 게 현실이다.
김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 출시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하는 제도)를 외치면서 전 정권 정책이라는 이유로 규제프리존특별법은 반대하는 게 현 정부의 모습”이라고 일갈했다. 정부의 혁신성장 드라이브에도 실질적인 후속 대책을 우려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이날 드론산업을 비롯해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을 통한 제조업 혁신 등을 언급하며 “세계적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으나,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혁신성장 대책 15개 중 규제 샌드박스와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 이외에는 ‘안갯속’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혁신성장이 전 정권의 창조경제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의 자율 부여”라고 충고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관치 행정주의 타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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