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산 알루미늄 합금 시트에 대해 덤핑 판매 및 부당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례적으로 업계의 공식 요청 없이 자발적 조사에 나섰다는 데 주목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향한 무역전쟁에 포문을 연 것으로 풀이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미국 최고경영자 모임에서 “중국 업체들의 알루미늄 합금 시트 판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불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중국 업체들은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 폭탄을 안게 될 전망이다.
로스 장관은 "중국 업체들이 미국에서 공정 가치 이하로 알루미늄 합금 시트를 판매하고 중국 정부가 불공정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면서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기업 보호 공약을 지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조치는 우리가 미국인에게 한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자유롭고 공정하며 호혜적인 무역을 지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수십년 만에 업계 요청 없이 미국 정부가 수입산 제품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나선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자발적 반덤핑 조사는 1985년 미·일 무역 갈등이 고조됐을 때 일본 반도체 제품에 대한 조사가 마지막이고, 자발적 상계관세 조사는 1991년 캐나다 연질목재에 대한 사례가 마지막이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뒤 미국은 이 같은 조치를 취하길 꺼려왔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조치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과의 적대적 무역관계가 고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풀이했다.
미국 산업계는 일단 이번 조치를 반기는 분위기다. 미국 알루미늄협회의 헤이디 브록 회장은 “알루미늄 산업의 든든한 지지자이자 파트너가 되어준 데 감사하다”면서 “중국이 과잉공급을 통해 시장을 왜곡하면서 미국 업체들은 무척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재미 중국 대사관 측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다만 과거 중국 정부는 “중국의 알루미늄 산업은 높은 경쟁력을 가졌다”면서 “미국이 말하는 소위 불법보조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한 바 있는 만큼 앞으로 미·중 무역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상무부 조사의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의 상징적 의미에 주목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채드 본 국제통상 전문가는 FT에 “반덤핑 및 상계관세 활용은 특별할 게 없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업계 요청 없이) 자체 조사를 실시한다는 사실은 수입 보호에 주저하지 않겠다는 공격적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산업계가 먼저 나서서 요청하기를 기다리지 않음으로써 미국 업체들이 원치 않는 상황에서도 수입 보호를 제공하겠다는 강한 욕구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한편 CNBC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상무부 조사와 별도로 국제무역위원회(ITC) 역시 중국 수입품이 미국 알루미늄 산업과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끼쳤는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ITC의 예비 판정은 내년 1월 16일 이전에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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