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억의 밤' 의심이 시작되자 모든 것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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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7-11-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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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기억의 밤' 스틸컷]

만성적인 신경쇠약을 앓고 있는 진석(강하늘 분)은 새집으로 이사 온 날 밤, 형 유석(김무열 분)의 납치를 목격한다. 죄책감과 두려움에 진석은 반복되는 악몽에 시달리고 그의 신경쇠약은 극에 달한다. 납치된 지 19일 만에 유석이 돌아오지만 진석은 그가 낯설게만 느껴진다. 진석은 어딘지 모르게 달라진 형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의심이 커질수록 극심한 환각과 환청에 시달린다. 진석은 유석이 자신의 형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기억조차 믿지 못하게 된다.

영화 ‘기억의 밤’(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미디어메이커·배급 메가박스㈜플러스엠 ㈜키위컴퍼니)은 충무로 대표 스토리텔러인 장항준 감독이 9년여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전작 ‘라이터를 켜라’, ‘불어라 봄바람’ 등을 통해 재기발랄한 연출력을 선보였던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묵직하고 진득한 드라마·팽팽한 서스펜스를 선보인다.

영화 ‘기억의 밤’은 장 감독이 엄청난 공을 들인 영화로 유명하다. 꼬박 1년을 집필한 영화인만큼 장 감독의 연출적 깊이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여러 번의 퇴고 끝에 치밀하고 복잡하게 얽힌 기억과 의심, 사실과 왜곡 등을 단단하게 조이며 속도감 있게 밀어붙인다. 흥미로운 상상력에 사실적인 정황과 디테일을 더하며 믿을 수 없는 속도감을 가진다.

하지만 복잡한 구성을 의식한 탓인지 장 감독은 영화 말미, 관객들을 위한 친절한 해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팽팽한 긴장감으로 점거됐던 영화는 친절한 설명 때문에 감도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유석과 진석의 복잡한 심리 상태나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상황 등은 간단하게 정의돼버린다. 상상할 여지 없이 예단 되는 영화의 결말은 장르 영화에 대한 호불호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빠른 속도감과 긴장감에 지친 관객에게는 숨구멍을 만들어주겠지만 스릴러 장르의 팬들에게는 퍼즐을 맞추던 도중 결과물을 보여주는 방식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 극 초반에 이야기를 밀고 나가던 방식에 비해 다소 점성이 낮다.

장 감독이 자신한 것처럼 영화 음악은 극의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높이는 중요 요소. 현악기를 통해 진석과 유석이 느끼는 심리를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한다.

배우들의 열연 또한 인상 깊다. 강하늘은 신경쇠약에 걸린 진석의 심리를 섬세하고 예민하게 그려냈으며 김무열은 극과 극의 이미지를 통해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인다. 뮤지컬부터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기 내공을 쌓아온 만큼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김무열은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길 예정.​ 양극단을 넘나드는 인생 연기를 선보인다. 오늘(29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09분, 상영 등급은 15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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