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나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3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리 총리가 지난 29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보도했다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후 동유럽 순방에 나섰던 리 총리의 귀국 전 마지막 일정이다.
회담 당일 새벽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도발을 자행한 만큼 회담 중 북핵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도 "리 총리와 푸틴 대통령이 공통 관심의 국제 및 역내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양국 모두 최근 북한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오면서 체면을 구겼다.
특히 이날 세계 120여개국 200여명의 정당 대표를 베이징으로 불러들여 개최하는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급 대화' 행사 직전에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서 찬물을 끼얹은 형국이 됐다.
대외적으로 19차 당대회 성과를 발표하고 시 주석의 1인 집권 체제를 과시하려던 중국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하다.
러시아도 하원 대표단이 북한에 머물고 있는 와중에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데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위해 방북한 하원 대표단의 노력이 공염불로 돌아간 셈이다.
북·중과 북·러시아 관계 경색이 예상되지만 당장 대북 압박의 수위를 급격히 높이기도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중국에 원유 공급 중단 등 고강도 제재에 나설 것을 요구했지만 중국이나 러시아가 선뜻 수용하기는 어렵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추가 제재에 참여하는 수준이 유력하다.
한편 리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경제연합이 연계된 인프라 사업 등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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