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증시 상승을 주도한 대표 기술주인 이른바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종목과 애플의 주가가 29일(현지시간) 일제히 급락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FANG 주식은 이날 평균 3.7% 미끄러지면서 21개월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하루 동안 무려 600억 달러(약 65조원)가 시장에서 증발했다. 페이스북이 4% 떨어졌고, 아마존이 2.7%, 넷플릭스가 5.5% 각각 내려앉았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이 2.4% 하락했고 세계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애플 역시 2% 내렸다.
FANG 주가가 휘청이자 주로 기술종목으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도 1.3% 미끄러졌다. 다만 다우지수는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사상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다.
블룸버그는 미국 세제개편안 통과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올해 최고 수익률을 기록 중인 FANG 주식을 매도하고 은행과 같은 세제개편안의 수혜주로 몰렸다고 풀이했다. IT 업종의 경우 이미 법인세 실효세율이 18.5%로 공화당이 제시한 20%에 비해 낮기 때문에 세제개편안의 직접적 수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해 FANG 주식은 미국 증시 상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일례로 미국 전자상거래 공룡 아마존은 올해에만 주가가 60%나 치솟았고 이틀 전까지도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사상 최대 매출 기대감에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의 주가 상승의 배경에는 강력한 실적이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편입 종목들은 올해 4분기(10~12월) 순익 증가율이 전년비 6.4%로 전망되는 반면 기술 종목은 순익이 같은 기간 20%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의 경우 올해 주가가 31% 올랐는데 3분기에만 순익이 전년 대비 33%나 늘었다.
다만 주가가 급격히 오르고 밸류에이션도 동반 상승하면서 조정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의 향후 12개월 기대수익 기준 주가수익비율은 190배까지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기술주의 급락은 투자자들이 올해 최고 상승률을 나타낸 기술종목에서 수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FANG나 애플 등 대표 기술주들이 전통 경쟁업체들을 먹이 삼아 앞으로도 계속 성장을 유지하겠지만 이들 업체들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것에 대한 정책 입안자들의 우려는 시장에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BMO 캐피탈 마켓츠의 브라이언 벨스키 수석 전략가는 인베스터스닷컴 인터뷰에서 “하루 움직임을 가지고 흐름이 생겼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주식회전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주 호황이 끝났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며 자연스럽고 건강한 포트폴리오 회전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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