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장애 관광도시 선포] 서울 구석구석, 그들의 여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 1.누구라도 누려야 할 기본권 여행… 저상버스 등 편의시설 개선 시급

  • 장애인구 여행 소비욕구 충분해… 초록여행 국내 사회공헌 대표사업

장애인 가족이 일상에서 벗어나 평온한 여행을 즐기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및 문화·예술사업자는 장애인이 문화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에서는 장애인의 문화 및 예술 활동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는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사소한 벽에 부딪혀 엄두조차 내기 힘들다. 그중에 사회 전반에 걸쳐 이동권이 미비된 것이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다시 말해 집 밖을 나와서 어디든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방법이 너무 제한적이다. 당장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의 울타리가 장애인을 보듬기에 너무 허술하다는 목소리마저 터져나온다.

◆그들에게만 허락되지 않은 관광권리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설문조사한 '장애인 여행 실태 및 개선방안' 결과를 보면, 230명 응답자 가운데 93%가량은 국내여행을 희망한다고 했다. 반면 힐링과 새로운 경험을 바랐던 일정에서의 만족도는 절반(47.9%)에도 못 미쳤다. 불편했던 점으로는 다수가 이동 편의시설(저상버스, 경사로 점자블록 등) 부족을 지적했다. 특히 별도의 장애인 여행상품은 사실상 전무해 일반인과 동행 시 진행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상호간 볼멘소리가 넘쳤다고 한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장애·노령인구 증가로 복지관광 정책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이들을 배려한 관광여건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국내의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5년 기준 약 654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수치는 10년 뒤 1000만명, 2065년엔 1827만여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사람 수로만 따졌을 때 같은 기간에 구성비는 향후 50년간 3배 넘게 많아져 42.5%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체 장애인에서 65세 이상 비율은 2005년 32.5%, 2014년 43.3% 등으로 10년 사이 10.8%포인트 높아졌다. 다시 말해 장애인구에서 고령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의 고령 관광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6년 입국한 총 1720만명 가운데 61세 이상 외국인은 177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131만명)과 비교해 27%, 2012년 대비 40% 각각 증가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해외 관광객과 더불어 노령층 외국인 여행객의 수는 지속적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따라서 국내 주요 명소의 휠체어 배치 등 관광 약자를 위한 접근성 제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바르셀로나의 해변용 휠체어.[사진=서울시 제공]


◆ 글로벌시장 '장애인 관광=되는 사업'

세계 장애인 인구는 약 11억명에 이른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장애인 등의 보편적 관광향유권을 선언하고, 이에 대해 실천을 권고한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수십년 전부터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잠재적 소비자로 여겼다. 국가와 민간기업은 접근가능한 관광 프로젝트를 벌여 관련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고, 또 한편으로 수많은 일자리도 만들어냈다.

LG글로벌 챌린저 바꿈팀(연세대 이희영·양주희·윤혜지·정규록씨)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벨기에의 국가 관광기구 'Visit Flanders'는 접근성 향상 차원의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민간기업을 재정적으로 돕는다. 여행사와 숙박시설의 자발적·경쟁적인 접근성 향상을 유도함으로써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한다. 또한 접근성 정보를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데이터베스화해 대중과 기업·단체에 제공한다.

스페인의 경우 아빌라와 바르셀로나가 우수사례다. 아빌라는 2011년 유럽연합(EU)이 선정한 관광접근성 최우수 도시다. 무장애 관광(Accessible Tourism)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무리야 성벽 보수와 더불어 보차도 구별 없는 거리를 선보였다. 성벽 모형을 축소 전시해 눈이 불편한 이들이 직접 만져보며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바르셀로나는 4개 장애유형별(시각·청각·이동·인지)로 맞춤형 명소, 숙박정보 등을 알려준다.

영국에선 장애인, 노약자 등이 생활 속은 물론이고 관광지 간 이동편의를 증진할 수 있도록 교통 네트워크 관리에 힘쓴다. 런던에서 다니는 모든 버스는 휠체어의 탑승이 가능하다. 또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밴을 무료로 보내준다. 일명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다. 지하철 역사 내에는 장애인의 움직임이 원활하도록 스태프를 둔다. 공공은 민간기업과의 협력으로 사회적 인식 개선 캠페인 및 동영상 제작과 같은 프로젝트를 벌인다.
 

초록여행.[사진=서울시 제공]


◆국내서도 신선한 도전, 성공할 수 있을까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사례에서 장애인 관광은 비즈니스적 가치가 충분히 입증됐다. 숙소나 주요 관광지의 접근이 가능해진다면 국내 장애인 250만여명과 8억명 안팎의 해외여행객이 잠재적 고객이란 평이다. 노인과 임산부 등 여행취약 계층에 더해 장애인을 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날 경우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접근가능한 관광시장은 시장소비 인구가 갖춰졌다고 분석된다. 즉, 장애인의 여행은 여러 외적인 요인에 의해 가로막혔을 뿐 얼마든지 소비욕구를 가졌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기아자동차, 그린라이트 등이 협약을 맺고 추진하고 있는 '초록여행'은 국내 사회공헌 대표사업으로 꼽힌다. 2012년 6월 처음 선보인 뒤 서울, 대전, 광주, 부산 등의 지역에서 장애인과 가족 그리고 친구가 지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특수차량을 비롯해 유류, 경비를 지원한다. 그간 약 4100가족의 2만여명에게 혜택이 주어졌다.

향후 2년간 1만명이 꿈꾸던 여행을 실현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기아차는 차량 및 제반비용을, 그린라이트와 서울시는 각각 사업운영·보유매체로 홍보를 맡는다. 서울시 거주 등록 장애인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가족이나 지인 가운데 운전자가 없으면 1박2일 동안 기사를 배정해준다. 매월 주제에 적합한 사연 공모를 거쳐 선정되면, 일부 경비도 추가 지원된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홍서윤 회장은 "관광지의 작은 턱은 커다란 성벽처럼 다가오고, 안내표지가 없는 곳은 미로일 뿐이다. 바로 앞에 가서도 보고, 느끼고, 즐기지 못한다"며 "신체적으로 조금 더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만이라도 배려해주는 것이 무장애 관광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 저상버스.[사진=서울시 제공]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궁걷기대회_기사뷰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