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다루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는 국회에서 십 수년째 거론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도 개정안 논의는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최운열 의원 등은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제도를 폐지하자는 개정안을 냈고, 채이배 의원 역시 중대하고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되는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에 대해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자고 했다. 당시 속기록을 통해 전체회의와 법안심사소위에서 설전을 벌인 여야 의원들의 대화를 들여다봤다.
◆ 가장 활발한 대화 오가···공정위 부위원장, 국회전문의원 참석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전체회의와 법안심사소위가 진행됐고, 이때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발의됐다. 이날 회의 중 전속고발권 폐지 개정안을 두고 가장 활발한 대화가 오고 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의 위법성 판단에 공정위의 전문성이 활용될 필요가 있고, 전속고발권 폐지 시 소송 남용으로 기업활동 위축 우려가 있다는 내용 등이 반대 의견으로 제시됐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제시하며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장했다. 이 의원은 “공정위 자체 조사 기간이 늘어져 피해자들이 세월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 제일 큰 불만일 것"이라면서 "공정위 나름대로 애로사항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서 시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건지 계속 요구받다”고 지적했다. 또 “두 번째로는 나중에 무혐의 처리를 하면 피해자들이 법적 제소를 하기 힘들다. 피해자들이 직접 고발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학현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지금도 피해자들이 검찰에 얼마든지 고발할 수 있다. 피해 보신 분들이 검찰에 고발했는데 검찰이 그걸 처리 안 한다면 그게 문제다”라며 “법 위반이라고 생각돼 저희한테 고발 요청하면 의무적으로 고발하게 돼 있으니 얼마든지 고발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에 대해서는 법 위반이 명확한 경우에는 즉시 자진시정이나 분쟁조정을 유도해 시정한다”며 “늦게 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다. 수급사업자의 하자책임이 얼마나 있는지 판단하거나, 계약서에 계약을 감액해서 돈을 안 주는 게 아니고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됐다고 하는 등의 경우 판단이 어려워 시간이 지연된다”고 말했다.
◆ 보수정당은 공정위 편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도 김 전 부위원장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 김 의원은 “경쟁, 불공정거래행위 규제정책은 사법의 영역이라기보다는 경제정책 영역이 더 크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담당하는 검찰과 경찰에게 개방하기에는 전문성과 사례의 누적이 부족하다”며 "검·경에 넘어가기 전에 전문적 스크린을 하기 위해 공정거래제도가 도입될 때부터 전속고발건제를 도입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많은 의원님들이 이런 법안을 발의하시고 이렇게 열띤 토론을 하시는 이유는 그동안 공정위가 그동안 국민과 국회의 신뢰를 별로 얻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전속고발권 폐지는 공소권을 검찰로 이관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는데 검찰로 권한을 이양하면 사적거래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을 낳는 결과를 부를 수 있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지 의원은 이어 “국회에서 새누리당은 당론 상 반대하고 있고, 헌번재판소에서도 위헌 결정이 났다”면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민들이 볼 때 공정한 거래의 첨병 역할을 하면서 국민의 이익, 약자의 이익을 대변해 주고 잘못된 것은 엄격하게 판단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전속고발제 폐지는 심도 있게 논의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 꼭 명심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전속고발권 폐지 주장하는 채이배·최운열 의원
전속고발권 폐지 개정안을 발의한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의원과 김 전 부위원장의 입장과 대립되는 발언을 이어갔다.
채 의원은 “전속고발권 논의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독점, 담합 등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피해자들에게 법적인 문제가 생기면 전속고발권 폐지를 통해 자신이 억울하게 당한 일에 대해 법적인 처벌을 받게 하고 그걸 근거로 민사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다”라고 반박했다.
또 “전면적인 폐지보다는 일부 중요성이 있다고 하는 것들만 과도기적으로 해보고 이후에 실효성이 있고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 그때 가서 폐지하고 피해자들이 고발을 직접 할 수 있도록 넓혀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부분적, 선별적 폐지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전속고발권의 전면적인 폐지를 주장하는 최운열 의원은 김 전 부위원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최 의원은 “부위원장께서 ‘현재 개인도 얼마든지 고발할 수 있다’고 언급하셨는데 그러면 왜 전속고발권을 꼭 고집합니까. 아예 폐지해버리고 자유롭게 고발할 수 있도록 놔두지?”라며 “집행하는 분들의 생각이 '지금도 누구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 이 법을 굳이 왜 폐지하려고 드는지... 어폐가 있는 논리 같다"고 말했다.
또 최 의원은 “남소(소송 남용) 위험을 우려하는데 이 역시 반대를 위한 하나의 명분일뿐이다. 중소기업 등 협력사들이 거래상 관계를 완전히 끊자는 각오가 아니면 쉽게 고소 고발할 수 없다”며 “남소의 위험은 검찰 등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 문제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 전 부위원장은 “아직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 어렵다는 주장의 기본논거는 기업들이 불공정거래나 담합 등을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행위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라며 “경쟁법 위반행위와 경쟁제한성 여부 판단은 기본적으로 경제학적 판단이라 법률 공부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 공정위의 경쟁제한적인 판단능력, 입증능력 역량을 강화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 의원은 “기업들이 범죄라고 인식을 못하고 일을 하다가 보면 범죄가 된다는 것은 모르고 행위를 해도 불법은 불법이다”라며 “기업이라고 해서 특별히 형사법적인 기본적인 원칙의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은 지나친 주장인 것 같다”고 또 다시 반박했다.
이후 법안심사 소위가 재개되지 않아 개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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