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단행된 LG그룹 2018년도 임원인사는 '성과주의' 원칙에 입각해 실적을 낸 이들을 대거 승진이라는 올해 재계의 트렌드를 반영했다.
통상 인사는 보수적으로 단행했던 LG그룹이 올해는 승진연안이 남은 임원들을 조기승진시킴으로써 향후에도 성과주의 인사는 지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부회장으로 승진한 하현회(61) ㈜LG 사장은 2015년부터 LG그룹의 지주사인 ㈜LG의 대표이사를 맡아 그룹 내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성장 사업 육성 등 성과를 창출한 공을 인정 받았다.
㈜LG는 “하 사장은 전략적인 통찰력과 풍부한 현장 경험, 강력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사업구조 고도화와 계열사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며 “LG그룹이 탁월한 사업 성과를 거두는 데 핵심 역할을 수행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고 설명했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3명의 사장을 배출하며 미래 최고경영자(CEO)의 후보군을 두텁게 만들었다.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권봉석 HE사업본부장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앞세워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을 선도하며 올해 사상 최대의 성과를 거둔 공로를 인정받았다. HE사업본부는 올해 3분기 사상 최대인 매출액 4조6376억원, 영업이익 458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에 대해서도 과감한 승진을 단행, 주요 보직에 앉혔다. 올해 초 소프트웨어센터장으로 영입된 박일평 부사장은 1년 만에 사장에 오르며 신임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는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가 인수한 글로벌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업체인 하만의 CTO 출신이다.
권순황 B2B사업본부장도 전략적 신사업인 ID(정보디스플레이) 사업의 초석을 닦은 공로 등으로 부사장 승진 2년 만에 사장에 올랐다.
LG디스플레이는 황용기 TV사업부장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대형 OLED 캠프 및 판매 확장에 기여한 점 등을 높이샀다.
부사장급 이하에서는 초고속 승진자도 나왔다.
트윈워시, 스타일러, 코드제로 A9 등 LG전자의 최근 히트상품을 잇달아 내놓은 류재철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은 전무 승진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정수화 생산기술원 장비그룹장 겸 공정장비담당은 핵심 장비 내재화 및 차별화 통한 경쟁력 제고를 인정받아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두 계단 발탁 승진했다.
또 LG전자는 3명의 역대 가장 많은 여성 임원 승진자를 배출한 가운데 류혜정 상무가 첫 여성 전무에 오르며 조직 내 ‘유리 천장’을 깨뜨렸다.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재신임된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은 LG인화원장으로 이동했다. 모바일 부문이 적자폭을 줄이긴 했지만, 10분기 연속 적자 등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해 2년 만에 결국 교체됐다. 조 사장의 후임으로는 황정환 전무가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LG그룹은 “LG인화원장으로 이동한 조 사장은 사업을 통해 터득한 현장경험을 우수 인재양성 교육 등에 접목해 그룹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4차 산업혁명 대비·B2B 강화
이날 LG전자는 임원인사와 함께 ‘4차 산업혁명 대비’와 ‘B2B(기업 간 거래) 사업 강화’에 주력한 2018년 조직개편도 발표했다. 시장선도를 지속하고 조직간 시너지를 높이는 가운데 B2B 및 융복합사업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B2B부문과 에너지사업센터, 그리고 ID사업부 등을 통합한 B2B사업본부는 권순황 사장의 지휘 아래 B2B 시장 공략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복합사업개발센터는 스마트폰, TV, 전장부품 등 각 사업본부의 제품을 연결하는 한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전사 차원에서 융복합을 추진해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 시장을 개척하고 시장을 선점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 센터는 CEO 직속으로 운영되며 센터장은 황정환 신임 MC사업본부장이 겸임하기로 했다.
이 밖에 글로벌마케팅부문 산하에 있던 지역대표와 해외판매법인을 CEO 직속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중국법인은 한국 영업의 성공 DNA 접목을 위해 한국영업본부 산하로 이관했다.
◆ LG家 4세, 승진대신 신성장사업 주도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상무(39)는 친정인 LG전자로 복귀해 신성장사업을 책임진다.
이번 임원인사에서 LG그룹의 4세 경영이 본 궤도에 오를지 관심을 모았다. LG가(家)의 4세인 구 상무는 내년에 불혹이 되는 만큼 전무로 승진해 경영권 승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LG그룹은 오너가의 '초고속 승진'보다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면서 경영 수업에 매진하는 것을 택했다.
구 상무는 LG전자의 B2B사업본부 ID 사업부장을 맡게 됐다. 그가 진두지휘할 ID사업부는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디스플레이 및 상업용 디스플레이 등 B2B 사업을 수행한다. 그룹의 전자, 디스플레이, ICT 등 주요 사업 부문과의 협업을 비롯해 차세대 디스플레이용 기술인 마이크로 LED 분야의 연구·개발(R&D) 투자도 필요한 사업으로, 구 상무는 이곳에서 사업가 경험을 쌓을 계획이다.
LG그룹은 “구 상무는 오너가이지만, 빠른 승진보다는 충분한 경영 훈련 과정을 거치는 LG의 인사원칙과 전통에 따라 현장에서 사업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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