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3040①]'출근病 70%…남의 일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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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7-12-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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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녀 직장인 910명 설문…10명중 7명 "회사 가면 무기력"

  • 직급 낮을수록 우울감 경험 많고 해소 대안 없는게 큰 문제

아주경제 DB[아주경제 DB]


# 패션업체 홍보팀 6년차 대리 박연경씨(이하 가명·34·여). 매일 잠들 때마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할 생각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박씨는 “매일 시달리는 야근에 부서장까지 억압적인 스타일이라 출근하기가 죽기보다 싫었다”며 “미래에 대한 비전도 보이지 않아 우울감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입사 2년 만에 우울증 초기 진단을 받았다. 동료와 가족들은 "좀 더 버텨보라"고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증상은 더 심해졌다. 박씨는 결국 우울증이 심해져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사회에서 한창 꽃피워야 할 30대가 직장 내 우울증으로 사표를 내거나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경우가 늘고 있다. 직장인 우울증은 '취업 혹한기'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살아남은 이들이 회사는 물론 자신의 삶도 놓아버릴 수 있게 만드는 심각한 병이다.

안승준씨(32)는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4년 만에 꿈꾸던 호텔리어가 됐지만 입사 1년 만에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상사의 상습적인 폭언과 멸시,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진 삶 속에서 근무하다 보니 우울감이 커진 탓이다. 안씨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우울했다”며 “부서 선배들을 보면서 내 미래라고 생각하니 더욱 암담했다”고 말했다.

최근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910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우울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출근만 하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진다는 직장인이 10명중 7명이나 됐다.

우울증은 직급이 낮은 사회 초년생일수록 강하게 나타났다.

우울증을 경험한 직장인들을 직급별로 분석한 결과 주임·대리 등 젊은 연령층이 76.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원(67.8%), 과·차장급(65.6%), 부장·임원급(60.6%) 순이었다.

우울증 주요 원인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과도한 업무량, 상사와의 관계, 건강 문제 등이었다.

문제는 이처럼 우울증을 겪더라도 건전하게 해소할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 대부분은 술이나 담배로 해소(25.9%)한다고 답했고, 그대로 방치한다(11.5%)는 응답도 많았다. 적절한 해소방안이 없다 보니 우울증이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선 10만명당 25.6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었다. 30대 사망 원인 1위, 40~50대에서도 사망 원인 2위가 자살인 셈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1위 수준이다. 자살의 원인은 대부분 우울증, 특히 직장인의 업무 스트레스와 관련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2020년께에는 우울증이 심혈관계질환에 이어 질병목록 2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우울증이 사망률을 높이고, 생산성을 낮추는 주된 원인으로 부각되는 만큼 적극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김영훈 정신과 전문의는 “우울증은 자신의 기분, 행동, 신체 등 다양한 곳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뇌질환"이라며 "현재뿐 아니라 미래까지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해 심한 경우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직장 내 우울증은 개인의 고통과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집중력·기억·실행 등 인지능력 장애로 이어져 기업과 국가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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