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 '예비인수후보(쇼트 리스트)' 선정 업체 중 하나인 '트랙(TRAC)'이 내달 본입찰 궤도에 오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트랙이 그간 호반건설,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 중국계 사모펀드(PEF)인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과 함께 4자 경합 구도를 형성해 왔다는 점에서 최악의 경우 매각 연기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우건설 실사 과정에서 트랙이 본입찰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재미교포 사업가인 문정민 회장이 지난 2009년 설립한 트랙은 미국·한국·중동 등지에서 다양한 부동산 개발, 임대, 중개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업으로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다.
트랙이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대우건설의 풍부한 중동 네트워크를 활용, 현재 대표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이라크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업계는 트랙의 불명확한 인수 동기, 산업은행과의 5000억원에 달하는 인수 희망가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트랙은 지난 2009년에도 컨소시엄을 통해 대우건설 인수에 나섰다가 투자확약서(LOC)를 제출하지 않아 계약이 최종 결렬된 전례가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2009년 당시에도 트랙 측은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너무 낮은 가격을 제시했고 또 자금조달 계획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며 "이번 쇼트 리스트에 포함된 4곳 중에서도 인수 명분이 가장 빈약했다. 인수 행보가 의심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서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 흥행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본입찰을 앞두고 쇼트 리스트 업체들 간의 경합 구도에도 균열이 생겼다.
게다가 산은은 시장가 원칙 조항까지 강조해 대우건설을 최소 1조5000억원 이상에 팔겠다는 입장이지만 호반건설, CSCEC, PAG 어느 한 곳도 이에 필적하는 금액을 제시한 곳이 없다. 업계는 이들 업체가 희망 가격을 많아야 2조원 수준까지 제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우건설 주가(종가 기준)가 계속 하락세에 놓여 있는 점도 악재다. 지난달 21일 처음 5000원대로 내려앉은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고, 이달 1일에는 5520원으로 최근 1개월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를 총 2억1093만주로 단순 환산하면 1조1643억원 선에 불과하다. 참여 업체 입장에서 서두를 필요가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산업은행 측은 일단 매각에 초점을 맞추고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산은 관계자는 "일단 쇼트 리스트 업체들이 내달 본입찰에서 어느 정도의 희망가를 제시하는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단독 입찰이라도 가격 조건만 맞는다면 바로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인수·합병(M&A) 관계자는 "산은 측은 일단 매각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 혈세를 감안한다면 '헐값 매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하지만 쇼트 리스트 후보들이 강력한 인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주가 하락에 따른 기업가치도 계속 하락하고 있어 본입찰 결과에 따라 산은이 매각을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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