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포스트] 망 중립성 '수호자' 된 인터넷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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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위수 기자
입력 2017-12-0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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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망 중립성' 원칙이 폐기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다음 달 망 중립성 폐기안에 대한 최종 표결이 이뤄질 예정인데, FCC 위원 5명 중 3명이 망 중립성 폐기를 찬성하는 공화당 소속입니다. 무리없이 통과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망 중립성은 지난 2015년 오바마 행정부 하에서 FCC가 통과시킨 원칙입니다. ‘중립성(neutrality)’이라는 단어는 어느 의견으로부터 치우치지 않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망 중립성은 AT&T, 버라이즌같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들이 웹상의 콘텐츠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것을 요구합니다. 누구나 ISP가 제공하는 통신망을 사용할 수 있고, ISP는 콘텐츠에 대해 차단‧속도조절 등 개입할 수 없도록 못박아놓은 원칙입니다.

문제는 현재 콘텐츠 사업자들이 망 중립성 원칙을 통신망에 무임승차를 정당화하고자하는 논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콘텐츠 서비스는 통신 네트워크 없이는 무용지물입니다. 무선 트래픽 폭증에 따른 설비 투자는 통신사가 하는데, 정작 이익은 콘텐츠 사업자들이 취하고 있는 셈입니다. 재주는 돈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상황입니다

실제 구글‧페이스북‧트위터‧아마존 등 콘텐츠 사업자들은 망 중립성 원칙을 발판으로 세계 최고 IT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 경제적 가치, 사회적 영향력에서 통신사업자들을 제친지는 오래입니다. 현재 미국의 대표적인 통신사 버라이즌의 시가총액은 1820억 달러, AT&T 시가총액 2572억 달러인데 비해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7286억 달러,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5194억 달러에 달합니다.

IT기업들은 망 중립성 폐지로 콘텐츠 중립성 훼손 우려, 인터넷 자율성 보호 등을 이유를 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콘텐츠 사업자들이 ‘중립성’ 앞에서 당당할 수 있을까요?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일부 정치적인 계정에 대해 일시 중단 조치를 취하거나 그들이 게시한 콘텐츠에 임의삭제 처분을 내립니다. 또한 구글은 검색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자사 온라인 쇼핑 서비스에 혜택을 제공해 24억3000만 유로라는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IT기업들도 미국의 망 중립성 폐기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자칫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기업들도 망 중립성을 주장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최근에는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고 해당 단체에 불리한 기사를 사용자들이 볼 수 없도록 재편집한 일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평등하게 통신망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망 중립성 취지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이 눈앞에 왔다갔다 할 때만 중립성을 외치는 것이야말로 중립적이지 못한 행동이 아닐까요? 망 중립성을 주장하기 전에 중립성에 대한 성찰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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