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上海)는 어찌하여 상하이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혹시 바다위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상하이라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전설의 해저도시 아틀란티스 말고 이 세상에 바다 아래 있는 도시가 어디 있겠는가.
중국 말로 ‘차를 타자’는 말은 ‘상처’(上車)다. 상하이의 ‘상’(上)은 동사이고 ‘하이’(海)는 명사다. 즉 상하이는 ‘바다로 나가자’는 뜻이다. 바다로 나가자, 이 얼마나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도시 이름인가!
바다로 나가서 장사하겠다는 말은 지난 150여년 동안 상하이의 남북쪽에 각각 인접한 저장성(浙江省, 시진핑 주석이 7년간 성장 당서기 역임, 신임 정치국상무위원 한정의 본향)과 장쑤성(江蘇省, 장쩌민·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고향) 등지에서 성행했다
하기야 평생 중국학도인 필자도 22년전 상하이에 가기 전에는 서울(베이징의 자매도시)과 부산(상하이의 자매도시) 중에서 부산이 차지하는 서열(2위) 비중(서울의 5분의 1 미만)도 그러려니 짐작했으니까,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다.
중국의 경제·무역·금융도시 랭킹은 상하이가 압도적 1위다. 그 비중은 중국의 경인지역이라 할 수 있는 베이징과 텐진(인천의 자매도시)을 합한 것의 두배 가량에 육박한다. 홍콩의 면적보다 10배나 넓은 상하이는 지금 홍콩보다 10배 이상 웅비하는 원대한 꿈에 부풀어 있다.
또한 중국의 최고 번화가는 베이징의 왕푸징(王府井)이 아니다. 상하이의 난징둥루(南京東路)다. 한국의 명동격인 난징둥루는 상하이 루완구(盧灣區, 2011년 황푸구(黃浦區)로 개칭)에 속한다.
어디 그뿐인가? 상하이 루완구는 한·중 양국의 탄생 성지인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와 중국공산당 창당대회지(一大会址, 임정청사와 도보로 5분 거리)를 품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1992년 9월 30일)과 김영삼 전 대통령(1994년 3월 27일)의 상하이 임시정부청사 방문 때 인상적인 브리핑을 한 중국측 인사도 바로 한정이었다.
김대중 전대통령(1998년 11월 15일) 상하이 방문 때에도 부시장으로 막 승진한 한정이 안내를 도맡았다. 한정은 한국의 고위인사를 제일 많이 만난 중국 고위 인사 중의 하나다. 회고해보니 필자가 1995년 12월 상하이 총영사관 영사로 부임하여 제일 처음 만난 중국측 주요 인사도 한정이었다.
한정은 한국측 인사를 만날 때마다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이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성지가 소재한 구를 관할했다고 자랑했다. 또 자신의 성씨마저 ‘한국(韓國)’의 '한'이어서 한국과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고 말하였다. 2004년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건물이 철거 위기에 처했을 때도 당시 상하이 시장이었던 한정은 이를 문화재 보호건물로 지정하는데 노력을 다했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한정은 상하이 4년여 체류시 필자가 접촉했던 모든 중국 인사중 대표적 지한파라고 꼽을 수 있다.
2003년 3월, 한정은 49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상하이시 시장에 취임한 이후 2012년 11월에 상하이 당서기로 승진할 때까지 상하이시장을 역임해 최장수 상하이시장이라는 또 하나의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근 10년 상하이 시장을 맡는 동안 한정은 천량위, 시진핑, 위정성 당서기를 시 1인자로 모셨다. 즉, 한정은 상하이에서도 정치·경제중심인 루완구의 수뇌부로 6년간, 상하이 시정부 핵심요직인 건설담당 부시장으로 4년간, 시 2인자인 시장으로 10년간, 시 1인자인 당서기로 5년간, 무려 사반세기 25년간이나 중국 최대도시 상하이를 이끌어왔다. 한정의 스팩은 한마디로 ‘상하이에서 상하이로’(from Shanghai to Shanghai)다.
1987년 11월 장쩌민이 상하이 당서기에 취임한 이후 2017년 11월 현재 30년간 상하이 역대 당서기 중 상무위원이 되지 못한 인물은 2006년 거액의 사회보장기금 횡령 및 수뢰사건으로 실각한 천량위(18년 징역형 복역중) 밖에 없을 만큼 상하이 당서기는 정치국상무위원이 보장된 핵심요직이다.
따라서 상하이를 떠난 적이 없는 한정의 상무위원 등극을 파격적인 인사라고 평하는 국내 외신 일각의 보도는 중국 정치 권력지형도에서 상하이의 위상과 비중을 파악하지 못한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고찰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중국 공산당이 국가를 영도하는 체제 하에서는 지방행정 단위의 당서기가 1인자, 시장이나 성장이 2인자이다. 시장이나 성장은 대게 수석 부서기를 겸한다. 중국 4대 직할시인 상하이, 베이징, 텐진, 충칭시의 당서기와 시장의 당직은 각각 정치국위원(부총리급 이상), 중앙위원(장관급 이상)을 맡는다.
그런데 1인자 당서기와 2인자 시장의 관계는 딱 부러진 상명하복의 수직서열관계가 아니다. 대통령과 총리가 역할과 권한을 분담하는 체제인 2원(二元) 집정부제라고나 할까. 유구한 집단지도체제의 역사전통에 따라 당서기와 시장의 관계는 수평관계 내지 약간 기울어진 사선관계이다. 물론 당서기는 시장이나 성장의 인사권을 틀어쥐고 있기에 1인자임에는 틀림없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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