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세계적 자동차 기업 도요타가 '파격적 변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올해로 창립 80주년을 맞는 도요타는 세계적으로 연간 1000만대의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업계의 선두주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발달로 인해 최근 자동차 산업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바라보는 도요타의 시선은 조급하다.
우버, 디디추싱 등 자동차 공유기업들의 성장속도가 나날이 빨라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기술을 앞세운 미국 구글 등의 자동차 시장 주도권 쟁탈전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자동차 공유와 전기차 성장 등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상황에서 도요타마저 긴박한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됐다"고 5일 지적했다.
◆5개월 앞당겨진 고위직 인사···외부전문가 영입으로 조직 긴장감 높여
도요타는 제조과정에서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성장을 이루는 일본식 제조업 원칙인 '카이젠(改善)'을 주도한 기업이다. 2016년에 1017만대를 판매했던 도요타는 올해도 1025만대가 넘는 판매실적을 기록하면서 5년 연속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도요타의 위기감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적 경제 성장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도요타의 성장 속도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위기감은 지난달 도요타의 임원 인사에도 반영됐다. 통상 4월에 진행됐던 인사가 수개월 앞서 단행된 것이다. 지난 11월 초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고통을 수반한 변화의 의지를 발표한 뒤 단행된 인사에서는 미국의 인공지능 전문가, 일본 거대 은행의 금융전문가, 통상 부문의 아프리카 전문가 등이 고위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애플, 구글 등 거대 IT 기업들의 자동차 산업 진출이 빨라지는 가운데 AI 전문가 영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적했다.
◆수소 자동차에 집중···도요타의 도박 성공할까
이처럼 조직이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수소차에 집중하는 도요타의 전략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도요타는 2030년 엔진 차의 비율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전기자동차, 수소연료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도요타는 2016년 전세계에서 140만대에 달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HV)를 판매하면서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견인해왔다. 모터 및 제어에 있어 자동차의 전기화 기술을 이끌어가는 대표적 기업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향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인도와 중국은 전기차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전기차를 2030년까지 150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의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에서의 경쟁력 강화, 미국 우버와 중국 디디추싱의 시장 점유율 강화 등은 모두 도요타에게 경쟁력 약화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자동차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도요타의 이같은 도박이 성공할 것인 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도요타가 '미라이'라는 브랜드로 내놓은 수소연료차의 경우 2014년 이후의 판매량이 4000대에 불과하다. 2020년까지 3만대를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미국의 포브스는 전망했다.
게다가 수소차는 전기 자동차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물론 배터리의 무게가 전기차보다 가벼우며, 주행거리가 길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격차는 현재 전기차의 기술 발달로 인해 점차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기반시설에서도 수소차는 전기차에 크게 밀린다. 수소 충전소는 일본 전역을 통틀어 91개에 불과하다 2025년에는 320개로 늘릴 계획이지만, 전기차 충전소가 이미 2만8000개나 된다는 점에서 보면 수소차는 훨씬 불리한 입장에 있다. 중국의 경우 전기차 충전소가 이미 21만5000개에 달하지만 수소 충전소는 5곳에 불과하다. 포브스는 "대부분의 자동차 업체들은 기술적으로 보다 단순한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도요타의 도박이 성공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이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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