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점에서 진지하게 우리의 주변 환경을 둘러볼 필요가 있다. 이는 지금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중국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 중국인가 하는 것에 대한 정확한 평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완전히 다른 중국, 즉 ‘뉴 차이나(New China)’의 민낯을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는 것은 우리의 포지션 정리에 매우 도움이 된다. 미국과는 대등해지려고 하면서 주변국들은 자기의 휘하에 넣으려는 중국, 거대 시장과 막대한 자본을 미끼로 상대를 현혹하면서 수가 틀리면 바로 으름장까지 놓는다. 갈수록 중국 정부는 물론이고 심지어 인민들까지 점점 더 기고만장해진다. 이런 중국에 일시적으로는 우호적이지만 결국에는 모두 등을 돌린다. 일본은 벌써 ‘China+1’, 대만은 탈(脫)중국·신남향(新南向)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오고 있다. 이들에 비해 우리의 중국에 대한 애착은 오히려 지나치고 시대착오적일 정도이다.
시야를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른 시장을 쳐다보면 과거와는 다르게 살아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경제의 후퇴하면서 중국이 세계 경제의 소방수 역할을 해 나오는 동안 우리 눈엔 온통 중국 시장밖에 보이지 않았다. 즉,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함정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기가 확실히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동남아와 인도 등 포스트 차이나 국가들은 물론이고 산유국인 중동, 러시아, 중남미에 이르기까지 선진국·신흥국 시장이 공히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중국 시장에만 연연할 필요가 없는 여건이 되고 있다. 양국 간의 정치적 상황 변화에 관계없이 경제적으로 당당해질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 시장을 완전히 외면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는 관광객은 맞이해야 하고, 중국 시장에 팔 수 있는 물건이 있으면 더 팔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 내에 들어가 거점을 마련하고 사업을 확대하는 일도 필요하다. 다만 굴욕적이거나 무시당하는 그런 비즈니스는 하지 말아야 한다. 수교 이후 지난 25년 동안 우리 기업들의 중국 시장 개척은 실로 파란만장했다. 많은 성공도 있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좌절과 실패도 있었다. 무턱대고 시장의 크기만 보고, 현지인을 맹신하기도 하면서, 본의 아니게 편법까지 동원하기도 했다. 가끔은 중국 정부의 비상식적인 행위로 인해 피해를 경험한 사례도 적지 읺았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좋은 경험이고 산지식이 되고 있다. 더 이상 중국 시장만 쳐다보지 말고, 어떤 조치에 대해서도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아예 무시하고 태연하게 우리의 길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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